“한국 영화가 아시아 영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나 중국 자본의 성장 때문에 아시아영화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도 중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데 그 영화의 국적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중국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영화의 설 자리를 모색하는 영화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국에 거주하고 있으나 국내 문화계의 유명 인사다. 특히 충무로 인사들에게 그의 이름은 무척 익숙하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처럼 지인이 많고 활동 폭이 넓어 ‘런던의 김동호’라 불린다. 한국 대중문화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영국 런던에서 2006년 런던한국영화제를 만든 뒤 9년 동안 집행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충무로 영화를 알리는데 힘썼다. 그는 지난 5월 런던 활동의 근거지였던 런던한국문화원을 그만 두고 런던아시아영화제를 설립했다. 제1회 런던아시아영화제 개막(23일)을 앞둔 전 위원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시아영화들을 소개하며 한국영화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과 인터뷰 막바지에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동해가 군 입대를 앞두고 그에게 인사 전화를 걸어오면서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문화계 마당발다운 일상이다.
제1회 런던아시아영화제는 한국 중국 일본 홍콩에서 온 영화 7편을 3일 동안 상영한다. 영화제 규모는 작지만 속은 단단하다. 국내에서 1,300만 관객을 사로잡은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개막작이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일본영화 ‘해변가로의 여행’(감독 구로사와 기요시)도 상영된다. 에든버러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미국 영화평론가 크리스 후지와라가 수석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로저 가르시아 홍콩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가 자문위원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상영관도 런던 심장부인 레스터광장에 몰려있다. 전 위원장은 “런던에서는 아직 아시아 영화를 접하기 어렵고 아시아 영화는 인도 영화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를 마시는 방법도 각국마다 다른 아시아의 여러 문화들을 제대로 알리고도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유럽 최대 영화시장이고 56개 영연방 국가로 진출하기 위한 관문이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전 위원장은 2002년 워릭대 대학원(문화정책석사)에 입학하며 영국 생활을 시작했다. 런던한국문화원 재직 시절엔 K-팝 아카데미와 K뮤직페스티벌을 만들어 K-팝 확산에 일조하기도 했다. K-팝 아카데미를 거쳐 친한파가 된 영국 젊은이는 240명 가량. K뮤직페스티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해외 문화원 모범 사업이다. 전 위원장은 문화원 퇴직 뒤 문화전문기획사 KADA도 설립했고 런던 템즈강 일대에서 열리는 대규모 문화축제 ‘토털리 템즈’의 아시아담당 협력프로그래머로도 일하고 있다. 토털리 템즈는 내년 메인 전시작으로 설치작가 강익중의 ‘꿈의 달’을 선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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