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놀이터 원반 던지기 놀이서 세계연맹까지 갖춘 정식 종목 발전
장비 단순해 운동 비용 적게 들어
1980년대 동네 공터에 아이들이 모여 플라스틱 원반을 던지는 놀이가 있었다. 지금은 세계연맹까지 발족한 정식 스포츠로 ‘플라잉 디스크(Flying Disc)’라고 명명됐다. 지름 20~25㎝의 원반을 날려서 주고 받는 레크리에이션에서 발전한 경기로 진행 방법에 따라 다양한 세부 종목으로 나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저변이 확대됐다.
울산광역시에 있는 동평초등학교 운동장에도 토요일 오후만 되면 수많은 원반이 날아다닌다. 이 학교가 플라잉 디스크를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국민생활체육회가 주관하는 ‘신나는 주말생활체육학교’ 종목으로 선정한 이유는 각별하다. 17일 만난 이기호(58) 동평초 교장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큰 경비나 장비를 들이지 않고도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는 것만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플라잉 디스크 외에도 티볼(Tee Ballㆍ야구를 변형시킨 스포츠로 공을 티 위에 올려놓고서 치고 1,2,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구기종목)이나 피구 등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스포츠 권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이 교장은 “오전 9시 등교 시간에는 엄마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던 학생들이 7시30분만 되면 학교 운동장에 나와 원반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습 능력과 수업 집중력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한 손만으로도 자유자재로 원반을 던지는 한 학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학교 6학년 오모군은 “4학년 때부터 시작했는데 어울려 운동하다 보니 친구들과 관계도 좋아지고 그 뒤로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오군은 “나중에 동생들과 후배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수준급 실력의 보유자다.
플라잉 디스크는 규칙에 따라 3가지 종목으로 나뉜다. 7명이 한 팀이 돼 패스할 때마다 득점을 하는 ‘얼티미트(Ultimate)’와 골프처럼 손으로 원반을 던져서 홀 같은 바구니에 집어 넣는 ‘디스크 골프(Disc Golf)’, 그리고 과녁을 맞추며 말을 옮기는 ‘디스크 윷놀이’가 있다. 전문강사와 함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 학교 김태형(42) 연구부장은 “대회도 많이 열릴 만큼 울산 지역에서는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스포츠”라면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배우면서도 운동량이 많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단체 경기”라고 플라잉 디스크의 장점을 소개했다.
이기호 교장은 “생활 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은 표정이 어둡고 집중력이 부족했는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절반 이상은 자연스럽게 치유가 됐다. 스포츠의 흥미에 빠지다 보니 왕따나 학교 폭력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신나는 주말생활체육학교’를 통해 여가 선용의 기회에 앞장서는 국민생활체육회 종목육성부의 이지희씨는 “생활체육이 국민들에게 더욱 다가설 수 있도록 각 지역 담당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공동기획:국민생활체육회-한국일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