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회의서 이례적 공식 선언
"1조559억 투입 땐 행정 불능"
올해도 각 학교 운영비 5%씩 줄여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방침을 재확인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방침은 있었지만 교육감이 간부회의에서 이를 공식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재정 교육감은 19일 도교육청사에서 가진 간부회의에서 “지금 정부에서 요구하는 대로(누리과정 100% 지방교육재정 부담)라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겠다”면서 “간부들도 뜻을 같이해 달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국가사무인 누리과정비를 편성함에 따라 지방교육이 피폐해지는 것을 막고, 조만간 있을 교육부의 보통교부금(누리과정비 포함) 편성을 앞두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교육청 조대현 대변인은 “이 교육감이 ‘내년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1조559억원(추정)을 예산 편성할 경우 정상적인 도교육 행정이 불가능하다’면서 강도 높은 톤으로 예산 편성 거부방침을 밝혔다”면서 “교육부가 보통교부금을 갑자기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예산 편성 거부방침을) 간부들에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누리과정비(3~5세 학비+방과후학비+급식비)는 지난해 9,095억원에서 올해 1조46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내년에는 더 늘어 1조55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분담하던 누리과정비가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전액 시도교육청이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기교육청의 경우 올해 누리과정비로만 2,382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누리과정비는 교수학습경비, 시설비, 용역비, 공공요금 등 학교운영에 필요한 학교기본운영비 983억원을 한참 넘어섰다”면서 “이 때문에 각급 학교의 학사운영비를 5% 삭감해 내려 보냈으며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경기교육청은 올해 유치원 2억1,200만원, 초~고교 4억3,800만~4억9,400만원, 특수학교 6억6,500만원의 학교기본운영비를 제공했으나, 상당수 학교들은 운영비 부족으로 냉방을 제한하거나 화장실 등 시설 개ㆍ보수도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또 경기도의 경우 보통교부금 중 누리과정 비율이 11%로 전국평균인 8.7%보다 높아 지난해 기준 학생 1인당 타 시도에 비해 187만원을 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교육청은 누리과정을 뺄 경우 각급 학교 당 4억3,000만원, 학생 1인당 66만원을 더 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경기교육청 예산담당자도 “국사사무인 누리과정을 빚까지 져가면서 할 수 없다는 교육감의 입장이 완강해 내년 예산안에서 누리과정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21일 충남 부여에서 누리과정을 의제로 긴급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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