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은주(27)씨는 며칠 전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월급날은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체크카드와 연결된 통장 잔고가 1만원도 채 되지 않았던 것. 당장 저녁 약속부터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다. 그 때 김씨의 머릿속을 스친 건 바로 카드사 포인트. 김씨는 곧바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쌓아뒀던 3만 포인트를 현금(3만원)으로 뽑았다. 김씨는 “할인혜택 정도로만 생각했던 포인트를 현금처럼 쓰니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포인트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결제 시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요즘엔 아예 ATM에서 현금으로 출금까지 가능해졌다. 사용처도 갈수록 다양해진다. 최근에는 카드사 포인트로 세금납부, 비행기 티켓 구매, 펀드 불입 등도 할 수 있게 됐다.
활용도가 커진 만큼 포인트 이용률도 매우 높은 편이다. 작년 한 해 적립된 신용카드 포인트 사용률은 83%나 됐다. 아직까지 포인트를 외면하고 사는 이는 물론, 익숙해진 예전의 포인트 사용법에 젖어있는 소비자들에게도 보다 현명한 포인트 사용법이 중요해 지고 있다.
카드사 포인트를 사용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유효기간과 포인트 사용한도다. 카드 포인트 유효기간은 카드사마다 1ㆍ3ㆍ5년 등으로 카드사 및 카드종류별로 조금씩 다르다. 때문에 무조건 쌓아 놓고 한 번에 사용하기 보다는 제 때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롯데카드의 경우 카드사 중 유일하게 작년 11월부터 포인트 소멸기한을 없앴다.
또 현장 결제 시 일정 비율로만 포인트 결제가 가능하거나, 회당 사용한도가 있는 포인트도 있기 때문에 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대개는 10~50%까지 포인트 결제가 가능하며, 일부 카드사 포인트는 포인트로 전액 결제도 가능하다. 현장 결제 외에 연회비나 카드대금의 일부도 포인트로 납부할 수도 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자투리 포인트를 쓸 곳이 마땅치 않다면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기부한 포인트는 기부처에서 영수증을 발급받아 연말정산 때 제출하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11년부터는 포인트로 세금도 납부할 수 있다. 국세청 신용납부 전용사이트 카드로택스(cardrotax.or.kr)나 위택스(wetax.go.kr)을 통해 지방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카드 포인트로 낼 수 있다. 한도는 500만원이다.
포인트를 아예 현금으로 인출하는 기능을 가진 카드도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머니’로 통합되는 하나카드 포인트의 경우, 전용 어플리케이션에서 ‘쓰기’ 기능을 사용하면 ATM에서 바로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본인 계좌로 입금할 수도 있다. KB국민카드도 일부 카드에 한해 적립 포인트가 1만점 이상이면 1만원 단위로 KB국민은행 ATM에서 출금이 가능하다.
일부 카드사 포인트로는 대출이자 납입, 예ㆍ적금, 펀드 불입도 가능하다. 신한카드의 ‘신한 하이포인트카드’는 포인트로 신한금융투자의 펀드를 매수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홈페이지의 다이렉트명품펀드몰에서 펀드 매매를 선택하고 포인트로 결제하면 된다. KB국민카드도 ‘포인트리 골드전환서비스’를 신청하면, 매월 말 잔여 포인트를 1포인트당 1원으로 환산해 KB골드투자통장에 금으로 자동 입금해준다. 입금 날짜는 다음달 첫 영업일이며, 금은 0.01g부터 거래 가능하다.
포인트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신용카드 선포인트 결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신용카드로 선결제한 금액을 추후 카드 포인트로 갚는 것이다. 갚을 포인트가 부족하면 원금 및 이자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결제대금을 포인트로 갚는다는 생각에 ‘공짜’로 사는 것 같지만 막상 포인트가 생각만큼 많이 쌓이지 않아 이를 현금으로 갚는 경우가 많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신용카드 선포인트 사용액(9,175억원) 중 13.6%(1,249억원)는 포인트가 부족해 현금으로 갚았다. 때문에 아직 모이지 않은 포인트를 미리 예단하고 사용하기 보다는 쌓여진 포인트를 잘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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