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9%를 기록했다고 국가통계국이 19일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올해 목표치인 7.0%를 밑도는 것이다. 2분기 성장률은 7.0%였다. 중국 분기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진 것은 세계 금융위기 후 경기가 악화한 2009년 1분기 6.2%를 기록했던 이래 6년 만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자꾸 낮아지면서 세계 경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인구 600만명 도시 신샹(新鄕)의 경제 상황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중국의 고도성장을 보여주듯 명품 가방과 금화, 와인 소비를 부추기는 옥외 광고가 즐비한 거리 풍경 묘사로 시작됐다. 그러나 곧 독일 자동차 BMW 매장이 겉으로는 북적이지만 차를 사려는 것보다는 구경하는 사람이 많고 도심 아파트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기사의 제목은 ‘위기에 빠진 중국 중산층의 꿈’이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7%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중산층 위기’가 중국 경제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 경제 성장의 3분의1을 맡아온 위상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중국 경제의 침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WSJ과 주요 투자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거듭되는 성장률 하락에도 불구, 단기적으로는 위기 국면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여전히 경제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7% 내외의 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재정ㆍ금융정책 모두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노력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이날 “고용 사정이 좋아지고 경제 구조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다”며 성장률 목표치 고수를 다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 정부는 1조7,800억위안(약 313조원)의 재정을 투입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7%나 늘어난 수치다. 또 중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혹은 지급준비율 인하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고, 일선 지방정부에 대해 재정 투입을 독려하는 공산당 지도부의 압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부에서는 9월 이후 경제ㆍ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각종 규제를 풀어준 덕분에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실물경기를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제 아무리 중국 정부라도 곳곳에 거품과 과잉 공급이 누적된 상황에서 언제까지 인위적 개입으로만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클라우스 바아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물 투자가 계속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정부 노력만으로는 현 상황을 통제하는 기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국내 국제금융센터(KCIF)도 최근 내놓은 중국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아직 중국 경제를 떠받치고는 있으나,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 오히려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이 ‘더블 딥’에 직면할 경우, 지방정부 재정 악화 등으로 공공부문의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심리 약화ㆍ기업도산 증가 등으로 경기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잉 재고와 수출부진으로 민간 부문의 활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정부지출 마저 감소한다면, 체감경기 악화는 물론이고 2~3년 후에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4~5%대까지 떨어진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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