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성장률 둔화에 맞서 추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위안화 절하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섬유, 철강 등 대중(對中) 경합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는 19일 ‘위안화 절하 시 주력산업의 수출영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절하가 이어지면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분야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악화하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11~13일 달러/위안 환율을 4.66% 절하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글로벌 금융그룹 UBS는 위안화가 내년 말까지 위안화 가치가 1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중국 정부의 위안화 추가 절하 전망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위안화 절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분야로 국내 섬유산업을 꼽았다. 중국산 섬유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중국 현지 봉제업체들의 현지 조달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산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산 수출 주력 시장인 동남아 등에서 중국산의 시장잠식이 가속할 것으로 우려했다.
철강산업에서도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국산 일반강재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직까지 한국 철강이 품질경쟁력에서 우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국의 구매처 대체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기계는 중국산과 수출 시장이 겹치는 중급 기계설비를 중심으로 수출 감소가 예상됐고 가전도 국내 완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됐다.
석유화학산업, 디스플레이산업, 음식료 부문의 경우 대중국 수출은 부정적 영향을 받겠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이들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는 중국산과의 경쟁 관계가 미약한 편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어 대중국 수출에 소폭 부정적 영향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완성차, 휴대전화, 조선 등의 분야에서는 위안화 절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과점적 공급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완성차의 경우 중국 현지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휴대전화도 완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규모가 매우 작고 선진국 시장에서도 중국과의 경쟁 관계가 치열하지 않아 위안화 절하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부품 수출 분야에선 위안화 절하가 오히려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조사됐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경기가 부양되고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면 국산 부품의 대중국 수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가전제품과 휴대전화의 부품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위안화 절하가 장기간 지속하면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져 수출 증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