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김경문 NC 감독은 이번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앞서 "모든 카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실전 감각을 다지기 위한 네 차례 자체 평가전에서 간판 타자 나성범(26)이 마운드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세대 시절 대학 정상급 왼손 투수로 활약했다가 2012년 NC 입단 후 김경문 감독의 권유로 타자로 전향한 나성범의 등판은 일회성일 것으로 보였지만 세 번이나 마지막 투수로 나가 2세이브를 올렸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6㎞까지 찍었다.
김 감독은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나성범이 투수로 나가는 것에 (관심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며 "타격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투수로 주목 받으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투수 나성범'의 조건부 등판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경기 종료 상황 때나 내보낼 생각"이라며 "고등학교 야구처럼 포지션을 왔다갔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왼손 불펜) 임정호나 이혜천이 괜찮다. 또 우리 팀 오른손 투수들도 괜찮으니까 (왼손 타자를 상대로) 붙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상대 팀도 나성범이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는 계산을 하지 않았다. 두산 김현수는 "나성범보다 기존 투수들을 대비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이 '투수 나성범'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팬 서비스' 차원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은 연장 15회까지 치러지므로, 경기 막판 더 이상 나설 투수가 없을 경우에 나성범을 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나성범의 투입 시점이 애매해질 수도 있다. 크게 이기거나 지고 있을 때 마지막 투수로 한 타자 정도 상대할 가능성이 높은데 두 상황 모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리즈를 앞서고 있을 때는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더구나 두산은 김 감독의 친정이자 절친한 후배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팀이다. 그렇다고 지고 있는 상황에 내보낸다면 아무리 '팬 서비스'라고 해도 탈락을 앞두고 경기를 포기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불과 며칠 전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극적인 7점 차 뒤집기 승리도 연출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러모로 '나성범 등판'은 김 감독에게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쥔 모양새가 됐다. 김 감독의 선택이 주목된다.
사진=NC 나성범의 투구 모습.
창원=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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