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는 6, 7년 전부터 매각 소문이 돌았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1년 영업이익 2,150억원, 2012년 1,721억원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변변한 신차도 없던 지난해 1,475억원 흑자로 돌아서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이대로 주저 앉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회사와 노동조합이 합심한 결과다. 올해는 자동차 업계 처음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18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공장에서 송병무 인사본부장을 만나 비결을 들어 봤다.
송 본부장은 동부제철, 삼정KPMG에서 인사를 담당하다가 2012년 르노삼성차로 옮겼다. 그는 “그때까지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어서 수익을 더 내면 보상해주겠다는 회사의 약속 이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회사와 노조 모두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2011년 말 시작한 ‘리바이벌 플랜’의 성공 가능성도 희박했다. 리바이벌 플랜은 품질을 높이면서 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결국 2013년까지 희망퇴직으로 전체 직원의 17%인 800여명이 퇴사했다. 남은 직원들은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르노그룹 공장 중 생산성 상위에 올랐다. 지난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연합)는 닛산 로그를 매년 8만대씩 부산공장에 맡기기로 했다. 올해는 로그 생산량을 연간 전세계 판매량의 3분의 1인 10만대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덕분에 근로자들은 특근비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사가 협력적인 관계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회사는 노조와 간극을 좁히기 위해 올해 초 공장을 하루 세우고 직원 교육에 나섰다. ‘연간 900만대 생산하는 현대기아차와 생산규모가 20만대도 되지 않는 우리가 같은 급여를 받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르노 본사에서 배정하는 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호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의했다. 회사도 2013년 이후 근골격계 질환예방을 위한 작업환경 개선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고 직원들과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 송 본부장은 “과거 800여명 희망퇴직을 언급하는 직원들은 아무도 없다”며 “정년퇴직 때까지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노사가 합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