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내가 나온 대학교 근처를 지난다. 늘 느끼는 바지만, 많이 변했다. 교차로 위를 가로지르던 고가도, 잘 가던 분식집 자리도 모두 사라졌다. 졸업한 지 어언 20 여년. 안 변했다면 더 이상했을 거다. 가끔 그 변화가 애잔해 부러 버스를 내려 학교까지 걸어가 볼 때가 있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좁은 일차선 도로. 주민 센터와 갖가지 상점들이 즐비한 한편은 크게 변한 게 없는데, 반대편은 뉴타운 공사 한답시고 폐허가 돼버린 게 벌써 몇 년 전이다. 우연히 들렀다가 막 철거가 시작된 모습을 보고 전쟁터 같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섬뜩했었다. 자취방으로 향하던 비좁은 골목도, 출근하다시피 한 작은 호프집도 다시 볼 수 없었다. 학생들 술주정도, 건달들의 횡포도 그저 묵묵히 받아주기만 하던 호프집 아주머니가 문득 생각났다. 그분만큼 착하고, 그분만큼 가난하고, 그분만큼 때에 찌든, 일일이 기억할 순 없으나 마주치면 그 팍팍한 시름의 흔적만으로 금방 식별할 수 있을 것 같은 더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뭔가 납득할 수 없는 인위가 순연한 시간의 질서를 파괴시킨 것 같았다. 많이 찝찝하고 공연히 화가 났었다. 그렇게 잊다 다시 찾은 길. 공사 보호막 너머 커다란 아파트의 골격이 윤곽을 드러내고, 학교 앞 정경도 어정쩡한 ‘신식’으로 치장 중이다. 졸부가 돼 거들먹대는 무지렁이의 허세를 보는 듯했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