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등 번호 46번을 달고 1년 만에 올라선 마운드. 창원 마산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암을 극복하고 돌아온 NC 투수 원종현(28)의 이름 석 자를 외쳤다. 그는 환호해주는 관중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NC 포수 김태군을 향해 공을 던졌다.
지난해 던졌던 시속 155㎞의 빠른 공은 아니었다. 공은 느리게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에 꽂혔다. 김태군과 포옹을 나눈 원종현은 그라운드 밖이 아닌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NC 구단은 "단순 이벤트성 시구가 아니라 또 한 명의 불펜 선수로서 힘을 보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종현은 18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를 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오랜 만에 이 곳에 왔다. 유니폼을 입으니까 힘들었던 게 싹 가시는 것 같다"며 "가을 야구까지 함께 할 수 있게 해준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하다. 내년에 빨리 복귀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었다.
지난 시즌 필승 계투조로 활약했던 원종현은 올 시즌을 준비하던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해 중도 귀국했고 병원 검진 결과 대장암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최근 완치 판정을 받아 내년 시즌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한창이다. NC는 원종현과 함께 한다는 마음을 모아 선수단 모자에 '155K'를 새겼다. 원종현이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던진 직구 최고 시속이다.
원종현은 "155는 위기 상황에서 힘을 발휘했다는 것과 열정을 가졌다는 것에 대한 상징적인 숫자"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그 숫자를 생각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팀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나한테서 힘을 많이 받는다고 했지만 나도 치료를 받으면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주는 걸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 시즌 초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최금강과 임정호를 비롯해 작년에 활약을 못했던 선수들이 잘해줘 편하게 치료를 잘 받았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재활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는 "올해 마무리 훈련과 내년 스프링캠프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차근차근 준비해 내년에 진짜 멋지게 던지고 싶다.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155㎞의 공을 던진 것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또 한 번 그런 감동을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날 원종현의 시구는 김경문 NC 감독도 경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이 내용을 전해 들은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것 이상으로 기쁘다"며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시즌 중에도 투병 중인 원종현에게 안부를 물으며 희망을 심어줬다. 원종현은 "치료받을 때 감독님이 항상 먼저 안부를 물어주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위로해줬다"고 돌이켰다.
사진=NC 원종현. 창원=임민환 기자.
창원=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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