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FIFA 주관 대회에서 대한민국 각급 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브라질을 꺾는 기쁨을 맛봤다.
최진철(44)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칠레 코킴보의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모로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후반 34분 장재원(17ㆍ울산현대고)의 결승골로 브라질을 1-0으로 꺾고 기분 좋은 첫발을 뗐다. 장재원은 지난해 9월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서 골을 터트리며 자신의 대표팀 데뷔골을 맛봤다. 이날 골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터트린 두 번째 득점이다.
U-17 대표팀간 역대 전적에서 1무5패로 밀려 있던 브라질을 상대로 따낸 첫 승이었다. 한국은 FIFA U-20 월드컵에서 6차례 브라질과 만나 6전6패를 당했다. 성인대표팀은 브라질을 상대로 1승4패에 그치고 있고, 올림픽 대표팀은 3전3패다.
당초 최진철호는 브라질전에서 이승우(17ㆍFC바르셀로나B)에게 크게 의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주 공격수 장결희(17ㆍFC바르셀로나B)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감독은 개인보다는 팀 전체가 빛나는 축구로 브라질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승우의 활약도 빛났다.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킨 이승우는 전반 9분 김정민(16ㆍ금호고)의 중거리포가 상대 골키퍼 펀칭에 맞고 흘러나오자 재빨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의 득점본능을 알 수 있었던 장면이다. 이승우는 후반 24분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 프리킥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리며 브라질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골문 왼쪽 구석을 살짝 빗나가는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최전방으로 나선 이승우는 상황에 따라 동료들에게 슈팅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FIFA 홈페이지는 이날 “이승우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며 “브라질의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공간을 찾아 들어갔고, 득점 기회까지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는 경기 뒤 “팀 전체가 90분을 열심히 버텨 승리해 기쁘다”며 “선수들 간에 서로 믿음이 강하다. 나를 믿어주는 동료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덕분에 다른 선수들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이상헌(17ㆍ울산현대고)은 후반 34분 문전 오른쪽 구석에서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볼을 내주며 장재원의 골을 이끌어냈다. 이상헌은 후반 추가시간 속공 상황에서도 현란한 드리블로 브라질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날카로운 슈팅을 날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국은 이날 슈팅수(7-5개)와 유효슈팅수(5-1개)에서 우위를 점했다. 브라질은 한국보다 파울수(14-20개)가 적었지만, 후반 39분 지오바니의 퇴장이 뼈아팠다. 최진철 감독은 경기 뒤 FIFA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경기 전)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얘기를 했다”며 “선수들이 동료와 팀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재원은 “내 골이 결승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동료가 실점하지 않아 가능했던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한국은 21일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와 맞붙고 24일에는 잉글랜드를 상대한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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