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의 제목에 오래 머물러 있게 됩니다. 접어놓은 페이지는 다시 읽어보려고 표시해 둔 곳들이지요. 거기엔 기억할 만한 가르침이 있거나 한 번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들이 있습니다.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우리는 어떤 순간들을 접어놓았을까요? 이 책 속에는 빛나는 순간들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정성껏 돌보던 양의 목을 내려치듯 힘겨운 희생과 번제의 시간들도 있었을 텐데….
시인은 우리에게 속삭이네요. 밤은 부리가 긴 새처럼 우리를 다시 찌르는 빛을 담고 있으니 아침을 기대하시라고. 물론 그 아침이 환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시인이 다른 시에서 노래했듯 “눈을 뜨면 끊어질 것 같은 그네를”(‘백색공간’) 타는 기분으로 우리는 하루를 또 살아내야겠죠. 그러나 이 언덕만 넘으면 진짜 아름다운 언덕이 있다는 순정한 믿음이 매번 우리를 일어서게 합니다.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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