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왼쪽)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가운데는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대표. 연합뉴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를 지지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 총괄회장은 "후계자는 장남이 될 것"이라며 신 전 부회장의 롯데그룹 경영 지지를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기자들과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총괄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신동빈 회장)가 후계자가 되겠다고 하면…그건 한국 풍습, 일본도 그렇지만 장남이 후계자인건 당연한 일"이라며 "그건 간단한 문제. 그걸로 시끄럽게 했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이런 발언은 공개적으로 장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관련 소송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이 관리하는 집무실의 관할도 신 대표 측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SDJ코퍼레이션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자신의 롯데호텔 집무실 주변에 배치한 직원을 해산하고 CCTV를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친필 서명이 담긴 통고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격호 총괄회장이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작성한 15일자 통고서. 연합뉴스
최근 롯데그룹은 국내 한 언론사가 신 대표를 따라 신 총괄회장 집무실로 들어가 인터뷰한 이후 집무실의 제3자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왔다.
통고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승낙을 받은 사람의 통신·방문 방해 행위 중단 ▲신 대표가 신 총괄회장의 거처·지원인력 관리를 총괄하게 할 것 ▲신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복귀와 명예회복 ▲불법적인 경영권 탈취에 가담한 신 회장 등 임원 해임과 민형사상 책임 추궁 등의 요구사항을 담았다.
통고서를 받은 롯데그룹 측은 신 대표가 고령의 신 총괄회장을 이용해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사장)은 롯데호텔 본관 36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대표가 가족 이외에 확인되지 않은 제3자를 대동하고 출입하면서 인터뷰를 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분쟁과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 사장은 "롯데는 고령으로 병약한 신 총괄회장을 늘 염려해왔으며 정신이상자라고 매도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신 대표가 신 총괄회장의 사진, 녹취, 동영상 등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과연 신 총괄회장의 명예를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롯데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강화 등을 국민과 약속했으며 현재 롯데에 중요한 건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라며 "신 대표는 롯데가 한 개인이나 일가가 소유한 사유물이 아닌, 임직원과 주주, 국민이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필히 인지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 등 신 대표 측 인사 3명은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집무실을 찾아 신 회장에게 통고서와 통지서를 직접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롯데 관계자들과 1시간여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SDJ코퍼레이션 임직원 일부가 진입한 가운데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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