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무빙' 서비스와 중복… "감독기관 우월적 지위 이용" 반발
금융감독원이 내년 1분기 중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금융거래 수반 주소일괄변경 시스템’이 한 중소기업이 해오던 기존 사업과 중복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독기관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민간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거래 수반 주소 일괄변경 서비스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귀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협회에 발송했다.
이 서비스는 금감원이 지난 6월 ‘국민체감 금융관행 개혁’의 추진 과제 중 하나로 발표한 것으로 이사 등으로 주소지를 옮길 경우 거래 금융회사에 일일이 주소 변경을 신청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모든 금융회사에 등록된 주소를 한 번에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짚코드라는 중소기업이 2004년부터 KT와 함께 ‘KT무빙’이란 이름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해왔다는 점이다. KT무빙 서비스는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통신이나 유통 등 다양한 업종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매출의 90%는 금융사들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의 서비스가 시행될 경우 영업손실을 넘어 회사가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짚코드 관계자는 “주소지 변경 후 문자나 이메일 알림 등 오랜 사업 노하우를 통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지만 금융사나 일반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서비스를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 금감원의 공문을 받은 후 서비스가 중복돼 해지가 불가피하다는 금융사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감원은 법적인 문제가 없는 데다 소비자들의 편익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적인 검토를 거쳤지만, KT무빙 서비스의 특허를 침해하는 부분은 없다”며 “해당 업체의 사정은 딱하지만 금감원의 기존 서비스망을 활용해 전 금융사를 포괄하는 서비스를 갖추게 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소비자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특정 서비스를 감독기관이 직접 하겠다는 것은 고유 역할을 넘어선 측면이 있다”며 “금감원이 나서는 것이 서비스 활성화나 소비자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기존의 민간 사업자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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