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CCTVㆍ족적 분석 자백 받아
"벽돌 낙하시간 궁금해서…"
애꿎은 50대 여성 죽음으로
나이 어려 형사처벌 안 돼 논란
"범죄 빈발하는 아파트 옥상 출입문 반드시 잠가야" 지적도
애니멀포비아(동물 혐오) 범죄로 지목돼 논란을 일으켰던 경기 용인 ‘캣맘’벽돌 사망사건은 허망하게도 10대 초등학생들의 호기심이 빗어낸 비극으로 잠정 결론 났다. 주의를 살피지 않은 초등생의 돌팔매에 50대 여성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길고양이 등의 보호를 두고 우리 사회 내제된 갈등을 끌어냈던 이번 사건의 파장은 형사미성년 기준의 적절성, 공동주택 옥상 출입문 개폐 문제 등 새로운 논란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50대 ‘캣맘’의 황망한 사망
지난 8일 오후 4시40분쯤 용인 수지구의 18층짜리 아파트 104동 5~6라인 1층 화단 부근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박모(55ㆍ여)씨가 위에서 갑자기 떨어진 시멘트 벽돌(무게 1.82kg)에 맞아 숨지고 함께 있던 주민 박모(29)씨가 다쳤다. 경찰은 아파트 벽면과 사건 현장이 7m가량 떨어져 있는 점 등으로 미뤄 벽돌이 자연 낙하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동물 혐오범죄를 의심했다. 숨진 박씨가 지난 8월 초부터 길고양이 4~5마리에게 정을 쏟던 ‘캣맘’으로 조사된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출입구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좁혀진 용의자들은 예상과 달리 초등학교 4학년생 A(10)군 등 비슷한 또래의 어린이 3명이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15일 오후 7시쯤 A군의 집을 찾아 범행을 자백 받았다.
초등생 낙하실험이 빚은 ‘죽음’
16일 이 사건을 수사한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군은 사건 발생 직전 놀이터에서 만난 B군 등 2명과 104동 3~4라인 옥상으로 올라가 피해자들이 있었던 5~6라인 쪽으로 이동했다. A군은 평소 친분이 있던 B군, 당일 처음 만난 C군과 나뭇가지 등으로 낙하실험을 하다 벽돌을 떨어뜨렸고 이 벽돌에 박씨 등이 봉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벽돌은 입주민들이 건조채반 등을 이용, 먹거리 등을 말릴 때 받침이나 고정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 중 하나로 추정됐다.
A군 등은 이전에도 같은 단지 내 다른 동 옥상에 3차례 정도 올라간 경험이 있다고 한다. A군은 “벽돌이 떨어지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벽돌을 던지기 전 A군이 피해자들의 존재 여부를 인지했는지 조사 중이다. A군은 “사람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으나 함께 있었던 B군은 “벽돌에 사람이 맞았다고 A군에게 이야기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인명피해가 나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알고도 부모 등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A군은“벌을 받을까 무서웠다”고 고개를 떨궜다.
형사미성년 처벌 기준ㆍ옥상 출입문 개폐 논란
경찰은 A군 등을 상대로 정확한 동기를 조사한 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등의 기준에 의해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A군 등은 모두 형사미성년(만 14세 미만)으로 입건 대상이 아닌 탓이다. 이 때문에 부모가 민사적 책임은 질 수 있지만,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진 뒤 한번도 바뀌지 않은 형사미성년 기준이 현재의 국민정서와 맞는지가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화재 등에 대비해 소방당국이 열어두도록 권고하고 있는 아파트 옥상 출입구 개폐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적이 드문 고층 옥상에서 투신, 성폭행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출입문을 반드시 잠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에 사건이 난 아파트 옥상의 모서리 부근은 안전펜스(높이 1.4~1.5m)가 아예 설치돼 있지 않고 최소 30여cm 높이에 불과한 시멘트로 된 턱만 있어 구조적으로 안전사고 위험도 높았다.
정부는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 옥상 문에 전자식 자동개폐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신규 주택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현장의 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신체 발달 등으로 형사미성년 연령을 높이자는 의견이 있으나 형벌이 교정과 교화의 목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옥상 출입구 개폐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일관된 잣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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