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방송중인 인기 드라마 ‘홈랜드’에서 아랍어로 ‘홈랜드는 인종차별주의자’ 라고 적힌 문구가 그대로 방송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극중 배경에 이 낙서를 적어 넣은 이집트 예술가 3명은 “이 시리즈가 계속 무슬림을 위협적인 존재로 설정해 고정관념을 전달한다”며 “드라마의 편협한 시각에 정치적인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홈랜드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중동을 무대로 테러 음모를 막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시즌 1, 2는 이스라엘 군인이 레바논전의 포로로 잡혔다 생환되는 이야기를 다룬 원작 이스라엘 드라마 '전쟁 포로'에 충실했다면, 이후에는 이라크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과격 이슬람 테러집단과의 대결을 다루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슬람교도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로 비판도 거셌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시즌5 2화에서 전 CIA 요원 캐리 매디슨이 헤즈볼라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아랍어 그래피티로 덮여있는 시리아 난민 캠프의 벽을 지나가는 장면이다. 정작 드라마 관계자들은 이 장면을 놓쳤지만, 아랍어를 아는 시청자들은 벽에 새겨진 그래피티 중 아랍어로 “홈랜드는 인종차별주의자다”, “홈랜드는 쇼가 아니다”, “어디에도 ‘홈랜드’는 없다”고 쓰인 문구를 발견했다.
그래피티를 그린 헤바 아민, 카렘 카프와 스톤은, “제작진은 시즌 5까지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국가를 지키는 백인 미국인’과 ‘사악한 이슬람교도’의 대립구도를 고수했다”며 항의의 뜻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민은 “홈랜드 시리즈는 편견이 심한 드라마로 정평이 났다”며 “드라마가 중동의 위험한 모습만 연출해 시청자에게 중동사람은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심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홈랜드를 보면서 모욕감을 느낀다”며 중동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은 드라마 속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홈랜드의 공동 제작자 알렉스 겐사는 “방송 전에 표시를 발견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래피티를 예술적 항의로 해석하면 감탄할 만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 명의 이집트 예술가들은 제작팀이 아랍어를 읽을 줄 모르거나 너무 바빠서 뭘 적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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