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양국 정상회담에 의미

성과보다는 소극적 형태 진행 예상, '中 경사론' 美의 우려 불식 측면도

한일 국장급 '위안부 회의' 9차례 불구 한 걸음도 진전 없어 성과 기대 힘들어

뉴시스

한일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회담이 열리더라도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다. 무엇보다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를 놓고 양국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의욕적으로 성과를 내거나 구체적으로 합의에 이르기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라는 데 의미를 두는 소극적인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못해 열리는 4년 만의 정상회담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해 회담을 갖는 것은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교토에서 만난 이후 4년 만이다. 양 정상이 국제회의나 미국이 중간에 끼는 한미일 회담 형태로 만난 적은 몇 번 있지만 위안부 문제로 악화된 국민정서에 가로막혀 한국과 일본을 서로 오가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양국이 계속 주판알만 튕기는 사이 더 이상 회담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전승절 행사 때 중국을 전격 방문하고 조만간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판국에 회담을 주최한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거부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명분을 얻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도 ‘중국 경사론’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특히 장거리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필요한 현실적 이유도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20일 서울에서 열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올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관계의 새 지평을 열자는 상징적인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16일 “한일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이 임기 중에 반드시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라며 “하지만 회담 후 발표할 합의문에 무엇을 넣을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위안부 해결 난망, 냉랭한 회담 될 듯

회담이 열리더라도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난망이다. 국장급 회의를 9차례나 개최했지만 한국은 일본을 향해 책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하는 것 외에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상간의 정치적 결단으로 돌파구를 찾기도 여의치 않다.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쉽사리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은 국내 여론에 발목이 잡힌 탓에 일본을 상대로 양보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일본은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 사이 위안부 생존자의 평균연령은 89세에 달해 양국이 협의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치 않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아직 서로간의 입장이 정리가 안된 상태여서 한일 정상이 만나더라도 위안부 문제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며 “두 정상의 불편하고 냉랭한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상회담을 계기로 위안부 협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담의 핵심의제인 위안부 문제가 계속 원점을 맴돈다면 ‘실패한’ 회담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회담 이후 국장급 협의의 ‘급’이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며 “비록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양국 정상이 분명한 신호를 준다면 위안부 문제의 접점을 찾는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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