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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중국해 패권 겨냥 방어 가장한 무력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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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중국해 패권 겨냥 방어 가장한 무력 시위

입력
2015.10.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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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진행된 일본 자위대 관함식 예행연습에 참가한 관열함 쿠라마가 함대와 헬기를 이끌고 전진하고 있다.요코스카=AP 연합뉴스
15일 진행된 일본 자위대 관함식 예행연습에 참가한 관열함 쿠라마가 함대와 헬기를 이끌고 전진하고 있다.요코스카=AP 연합뉴스

“전 자위대원은 즉시 방어 위치로~”

기자가 탑승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무라사메(4,500톤급)’에서 ‘삐삐삐~’ 비상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15일 오전8시45분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항에 정박한 무라사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만 인근 미군기지엔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정박해 위용을 과시하고, 무라사메 뒤로 관열함(사열함) ‘쿠라마’가 쫓아왔다. 3시간 뒤 ‘소나기(村雨)’를 뜻하는 무라사메가 사가미(相模)만에 도달하자 오는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릴 자위대 관함식 예행연습이 개시됐다. 아베 총리는 쿠라마에 탑승하게 된다.

사실상 항공모함 기능을 갖춘 초대형 호위함 이즈모에 15일 일 자위대 관함식에 등장했다.요코스카=AP 연합뉴스
사실상 항공모함 기능을 갖춘 초대형 호위함 이즈모에 15일 일 자위대 관함식에 등장했다.요코스카=AP 연합뉴스

함정들이 대열을 갖추자 올 3월 취역한 초대형 호위함 ‘이즈모’가 등장했다. 자위대는 방어개념을 강조하기 위해 군함을 호위함이란 부른다. 이즈모가 갑판 위에 5대의 헬리콥터를 싣고 위압적으로 나타나자, 승조원들은 긴장해 입술을 깨물었다. 헬기호위함이지만 길이가 248m에 달해 취항 당시 중국 측이 “사실상 항공모함이나 다름없다”며 민감함 반응을 보였던 바로 그 함정이다. 특히 일 자위대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미국의 최신 F-35스텔스전투기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항공모함이 1대도 없다는 일본의 ‘엄살’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게 됐다.

일본 자위대 P-3 초계기가 15일 대잠수함 폭탄을 해상에 투하하고 있다.요코스카=AP 연합뉴스
일본 자위대 P-3 초계기가 15일 대잠수함 폭탄을 해상에 투하하고 있다.요코스카=AP 연합뉴스

곧이어 세계 최대 디젤잠수함인 소류급 즈이류와 고쿠류가 수면 위로 반쯤 고개를 든 채 이즈모의 뒤를 받쳤다. 핵추진잠수함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데다 수심 500m까지 내려가 2주 이상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갑자기 귀를 먹먹하게 하는 굉음이 다가왔다. 최신 헬기와 항공기 사열이 시작된 것이다. 항공자위대 T4기 6대로 구성된 ‘블루 임펄스’팀이 하늘에 2020년 도쿄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와 하트 모양을 연출했다. 이번엔 ‘쿵’하며 기자가 탄 무라사메의 갑판까지 진동이 전해졌다. P-3초계기가 대잠수함 폭탄을 상공에서 떨어뜨리자 해상이 물보라와 포연으로 자욱했다.

한국해군의 대조영함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일본 자위대 관함식에 참석했다.요코스카=AP 연합뉴스
한국해군의 대조영함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일본 자위대 관함식에 참석했다.요코스카=AP 연합뉴스

반가운 장면도 펼쳐졌다. 외국함선 6대가 지나가면서 한국해군 대조영함이 태극기를 단 채 당당히 무라사메 곁을 질주했다. 5,500톤급 한국형 구축함으로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퇴치 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 한국해군이 자위대 국제 관함식에 참가한 것은 13년만이다.

이날 리허설엔 자위대 함선 36대와 육해공 항공기 30대가 출동했지만, ‘군사적 보통국가화’에 대한 국제여론을 감안한 듯 방어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잠재된 화력을 확인하기엔 부족했다. 그럼에도 이날 선보인 해상전력은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직접 이해를 다투고 있는 중국 함정과 잠수함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음을 과시하는 데는 충분했다. 중국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점령을 대비한 섬 탈환작전용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욱이 올해 관함식은 안보법 처리로 족쇄를 푼 아베 정권이 이달 초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맞대응하는 해상 군사퍼레이드나 다름없다.

특히 이날 리허설엔 일반인들도 관람을 허용해 아베 정권의 일본국민들에 대한 ‘안보교육’처럼 느껴졌다. 관함식이 벌어진 해상과 요코스카 항은 일본의 마쓰리(축제) 현장처럼 보였다. 자위대 간부는 기자에게 “일본인의 관심이 대단하다. 승선권 추첨 경쟁률이 60대 1이었는데 인터넷에서 1장에 8만엔까지 시세가 올랐다”고 전했다. 요코스카항 앞엔 자위대 캐릭터상품 매장이 생겨 인파가 몰렸다. 자위대 뱃지를 산 40대 남성은 “우리 바다를 자위대가 든든하게 지키고 있음을 지켜봤다”며 “안보법으로 시끄럽지만 언제까지 일본을 미국이 지켜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요코스카=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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