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남자 50, 다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아직도 멀었다. 인생 오십이면 지천명이라 했는데, 인생이 뭔지 잘 모르겠다.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인생의 퍼즐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 남성은 서글픈 존재다. 부모 자식 봉양하다 갑자기 100세 시대를 맞았는데, 노후는 무대책이다. 회사에고 집에서고 권위를 말했다간 ‘꼰대’ 취급 받기 딱 알맞다. 자신을 내버려두라며 ‘렛잇고(let it go)’를 외치는 여성들의 처지는 어쩐지 나은 것 같다.
‘남자 50, 다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이 같은 중년 남성들의 고민과 꿈을 애틋한 시선으로 풀어낸 에세이다. 저자는 경제신문 기자로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 등을 지낸 최창환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이다. 책은 그가 지난해 아시아경제에 연재한 칼럼 ‘100세 시대, 남자가 사는 법’을 다듬어 엮었다.
그가 애틋한 시선으로 풀어낸 단상의 주제는 여풍, 건강, 은퇴, 재혼, 돈 등을 망라한다. 힘겨운 등산 중 “남자 맞냐”고 웃어대는 ‘씩씩한 아줌마’들의 공격에 분개하기도 하고, 영화 ‘겨울왕국’ 신드롬에서도 예술판의 주류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마초들의 퇴조를 읽기도 한다.
“겨울왕국에서 남자는 끝났다. 나쁜 남자라고 해봤자 왕위를 노리는 찌질한 왕자와 돈만 밝히는 상인이다. 어리숙한 얼음장사와 눈치 보는 집사가 착한 남자다. 엘사와 안나 두 공주의 힘과 사랑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한다. 여자의 운명을 결정했던 왕자님의 키스와 유리구두는 사라졌다.”
사소하지만 묵직한 단상들을 유려한 글 솜씨로 풀어내 자주 웃음을 유발한다. 꽃미남 원빈 출연 영화 ‘아저씨’의 흥행 이후 40~50대 남성들이 아저씨 대신 ‘아버님’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푸념하지만, “화내지 말고 스스로 아저씨로 비비고 들어가자”고 다짐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너무 일찍 ‘아버님’으로 세상에서 밀려나고 있는 동년배들이 안타까운 듯 적잖은 실용적 당부도 전한다. ▦필요할 때 내가 옆에 있어줘야 할 감사 리스트를 만들자 ▦“내가 왕년에 말이야”하며 전성기를 강조하는 것은 “나는 거세됐다”고 자백하는 행위다 ▦미움과 증오라는 마음 속의 괴물을 없애라 ▦은퇴 후 일거리에 대해 조급해하지 말자, 살 날이 많다 등이다.
숱한 고민들을 관통하는 것은 ‘우리 조급해하지 말고 삶을 만끽하자’는 외침이다. ‘우리 행복하자’는 호소다. 땅끝 전망대에 선 그는 이렇게 곱씹는다.
“밤의 끝은 아침이고, 아침은 시작이다. 바다를 향하면 땅끝인데 바다를 등지면 땅의 시작이다. 여기가 우리 땅의 시작이다. 끝이 곧 출발점이다. 은퇴도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끝을 시작으로 만들기 위해선 작은 ‘꿈틀’부터 시작해야 한단다.
“중년 남자들,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야, 여자한테 잘해야 해’라고 말하면서 속으로 ‘스벌’하는 게 중년 남자들이다. 차근차근 해야 한다. 일단 자신의 기부터 살리고 시작해보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일단 ‘꿈틀’부터 하자. 그런데 해답이 뭐냐고? 그 놈의 조급한 성미부터 고쳐야 한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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