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이 많은 배기가스와 대기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CO2)를 잡아 모을 수 있는 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서강대는 이 대학 인공광합성연구센터 윤경병 교수팀이 수분으로 인한 기능저하 없이 이산화탄소 흡착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제올라이트(zeolite)계 흡착제 ‘SGU-29’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촉진하고 해양생태계를 황폐화시켜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흡착제로 이산화탄소를 잡아낸 뒤 연료로 다시 전환해 재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경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존 흡착제들은 배기가스에 포함된 다량의 수분으로 인해 흡착력이 크게 감소하거나 심지어 분해돼 버린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또 흡착제를 사용하려면 배출된 가스에서 탈수공정이 필요한데 이 공정은 비용이 많이 들어 산업계에 부담이 돼 왔다.
연구진은 내부에 작은 구멍이 많은 다공성(多孔性) 물질인 제올라이트를 물, 알칼리, 실리콘 원료, 구리 이온과 함께 압력반응기에 넣고 수열반응을 일으켰다. 그 결과 200도 가까운 고온에서 다공성 구리실리케이트 물질인 SGU-29가 생성됐다. SGU-29는 고온ㆍ고압의 물에서 수열반응을 통해 만들어졌으므로 수분에 변형되지 않아 기존 흡착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SGU-29의 이산화탄소 흡착량이 기존 물질보다 많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에 앞서 배기가스 내 수분을 제거할 필요가 없어 탈수 공정 설치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 교수는 “SGU-29는 올해 안에 대량생산이 가능해 당장 현장에 투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GU-29의 명칭은 서강대 영문명과 이 물질의 주요 구성원소인 구리의 원자번호에서 따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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