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사들도 집필 거부에 나설 것” 조한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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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교사들도 집필 거부에 나설 것” 조한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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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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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경 교사는 1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미 다원화된 한국사회에서 국정교사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며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대학교수와 현장 교사들이 잇따라 집필을 거부하면 결국 유신 때 같은 국정교과서가 나오겠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다원화되어 있지 않나요. 교과서에 잘못이 있을 경우 학생들이 아마 그걸 찾아낼 겁니다.”

국내 역사교사 최대 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 조한경(50) 회장은 1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설사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 부천여고 교사인 조 회장은 “검정교과서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며 “만일 그런 교과서가 있었다면 ‘검정 기준’을 어떻게 통과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역사교육 전문가들인 “역사교사모임 교사들의 97%가 국정교과서에 반대했다”며 교육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조 회장은 전국역사교사모임에 대해 “국정교과서로 교육을 했던 교사들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새로운 역사 교육을 위해 1988년 설립한 단체”라며 “전국 6,000여명 역사교사 중 회비를 내는 정회원이 2,000여명이고 다른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갖고 자료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역사 교사들이 좌편향됐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사실이 아니다. 이미 예상한 상황이다. 교과서에 대한 좌편향 공격이 있을 것이고 또 역사교사들의 수업을 문제 삼는 게 있을 것이며 거기에 전교조 프레임을 씌우려고 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식상하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경우는 어떤가.

“보수언론에서는 진보 성향 단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진보나 보수는 의미가 없다. 우리는 모임을 ‘살아있는 역사 교육을 위한 역사교사들의 공동체’라고 정의한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만나면서 재미있는 역사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진보로 몰아가는)평가에 개의치 않는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건 창립 이후 지켜온 신념이다. 교사들도 늘 중심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검정교과서에 대해서도 좌편향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주체사상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선전도 (교육부 가이드라인에)주체사상이 어떤 것인지 가르치게 돼 있는 것을 얼토당토 않게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너희가 배우고 있는 교과서가 북한을 찬양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황당해 한다.

국정교과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한 게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 때였는데 2년 가까이 되도록 국정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대신 총대를 메고 나섰는데 논리 개발이 어려우니 무리수를 두는 게 교과서 좌편향 논란이다.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검정교과서에 대한 폭력이다.”

-북한 체제가 우월한 것처럼 묘사한 교과서가 있나.

“만일 그런 교과서가 있다면 교육부 검정을 통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건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북한 체제가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게 명백한 ‘팩트’다. 수업 시간에 그런 내용을 조금이라도 말했다면 학생들이 집에 가서 부모에 말을 했을 것이고 그 말을 들은 부모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국정과 검인정에 대해 여론이 반반이란 조사가 있다.

“우리가 보기엔 긍정적인 현상이다. 예전 조사에서는 국정교과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론이 점점 반대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모임에서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교사는 없나.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내가 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TV나 라디오에서 국정교과서 찬반 논쟁으로 토론을 진행해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작가나 PD가 하나 같이, 국정교과서 찬성하는 교사를 섭외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토론회가 여러 차례 무산됐다. 우리 모임의 여론조사를 보면 97%가 반대하는 걸로 나왔다. 경기도 역사 교사들도 90% 이상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고 들었다.”

-국정교과서 제작ㆍ보급이 강행되면 어떻게 할 건가.

“대학교수들이 잇따라 집필 거부 선언을 하고 있는데 교과서 집필진의 절반은 현장 교사들이다. 우리 모임 소속 교사도 많다. 역사 교사들도 집필 및 현장 적합도 검사를 할 때 거부 선언을 하자는 요청이 많아서 준비 중이다.”

-대학 교수와 현장 교사들 다수가 집필을 거부하면 정부 입맛에 맞는 학자끼리 국정교과서를 만들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만든다면 유신 때와 같은 국정교과서가 나올 것이다. 현 정권이 불편해 하는 내용이 상당수 빠질 것이고 집필에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들어오면 독립운동사 부분이 축소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교사들은 그 교과서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 있는 내용을 담은 교과서가 나왔을 때 교사들이 그것으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그게 걱정이다.

역사라는 게 교과서만으로 배우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님과 조부모 세대가 다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배운다. 17살 학생이라고 백지 상태에서 역사를 배우는 게 아니다. 이미 나름의 세계관, 역사관이 있다. 한 사람의 역사관에서 교과서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교과서가 잘못 가르치면 교사가 일일이 말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나중에 그 잘못된 부분을 찾아낼 것이다. 교사들도 국정교과서가 나온다면 그 내용을 분석해서 어떤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지 찾아내서 수업을 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대책이 있나.

“우리 선배 교사들이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던 시절에도 교과서대로만 수업을 하지 않았다. 검정 체제를 거치면서 역사 교사들은 수업의 노하우를 갖게 되었다. 설사 국정교과서가 시행된다고 해도 그 교과서대로만 수업하는 현장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요새는 토론 수업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교과서를 놓고 아이들과 열띤 토론을 하면서 교과서의 문제점이나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 제작이 시작되면 우리 역사 교사들도 역사교육을 위한 바람직한 대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고민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할 생각이다. 국정교과서가 나온다고 해도 이미 다원화된 사회에서 그것이 오래 지속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모든 것이 머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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