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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빽 투더 퓨처’ 30년, 기술의 타임캡슐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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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빽 투더 퓨처’ 30년, 기술의 타임캡슐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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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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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빽 투 더 퓨처'2편에서 주인공들이 탄 타임머신의 계기판. 두번째 줄이 2015년 10월 21일 오전 7시 28분으로 나타나있다. 세계의 '빽 투 더 퓨처' 팬들이 오는 21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이다.
영화 '빽 투 더 퓨처'2편에서 주인공들이 탄 타임머신의 계기판. 두번째 줄이 2015년 10월 21일 오전 7시 28분으로 나타나있다. 세계의 '빽 투 더 퓨처' 팬들이 오는 21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이다.

미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전에 진출해 월드시리즈까지 한 고개만 남겨둔 야구팀 시카고 컵스 팬들은 그 어느 해보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이 간절하다. 1908년 이후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한 비운의 팀이지만, 30년 전 개봉한 영화 ‘빽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가 2015년 월드시리즈 챔피언은 시카고 컵스라고 묘사했기 때문이다.

1985년에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제이 폭스)와 에미트 브라운(크리스토퍼 로이드)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을 뛰어넘어 도착한 미래가 바로 2015년 10월 21일. 그 시간 속에선 컵스가 플로리다의 어떤 팀을 누르고 마침내 100년의 숙원을 푼다. 컵스 팬들은 시카고 컵스가 30년 전‘빽 투 더 퓨처’가 보여줬던 미래에서처럼 챔피언 반지를 얻게 될 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가을을 보내고 있다.

21일부터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쳐지는 '빽 투 더 퓨처' 30년 행사(백 인 타임)의 공식 포스터.
21일부터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쳐지는 '빽 투 더 퓨처' 30년 행사(백 인 타임)의 공식 포스터.

30년 전 타임캡슐 열어보는 기분

단신(164cm)의 청년 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를 일약 스타덤에 올렸던 1985년 제작 영화 ‘빽 투 더 퓨처’(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의 팬들에게 올해는 컵스 팬들 만큼이나 가슴 뛰는 한 해이다. 1985년에 이어 89년 만들어진 2편에서 마티가 미래의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난 ‘2015년 10월 21일 오전 7시 28분’에 그려진, 다시 말해 30년 전 우리의 부모 세대가 예언했던 ‘오늘’이 과연 얼마나 실제에 접근했는지 마침내 확인해볼 수 있게 되어서다. 마치 30년 전 땅속에 묻어뒀던 타임캡슐을 오랜 기다림 끝에 열어보는 기분이랄까.

시카고 컵스의 우승을 응원하는 홍보판 앞에서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카고 컵스의 우승을 응원하는 홍보판 앞에서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 세계 곳곳에선 ‘빽 투 더 퓨처’의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이벤트들이 열린다. 21일부터 5일 동안 미 로스앤젤레스에선 전 세계 ‘빽 투 더 퓨처’팬들을 겨냥한 대형 투어 행사(일명 ‘백 인 타임’ㆍ Back in Time)가 진행된다. 주인공들처럼 타임머신에 올라타 기찻길을 달리는 체험부터 이들이 살았던 힐 밸리(Hill Valley)지역 방문행사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된다. 티켓 값은 체험 종류에 따라 200~880달러로 다양한데 이미 300달러 이상 고가 티켓들은 매진된 지 오래다. 워싱턴시에서 열리는 ‘웨스트 필름 페스티벌’은 아예 ‘빽 투 더 퓨처’를 위한 행사로 치러진다. 21일 레드카펫에는 ‘브라운 박사’역의 크리스토퍼 로이드, 작가 밥 게일과 마티의 여자친구를 연기한 배우 클라우디아 웰스 등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토리노 델 프레다노 전시관에선 21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빽 투 더 퓨처’대형 박람회가 열린다. 관람객들은 실제 영화 촬영에 사용되었던 의상과 소품, 세트들을 구경할 수 있으며 타임머신으로 쓰인 자동차에도 올라볼 수 있다. 방문객들은 ‘빽 투 더 퓨처’1~3편을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영화 '빽 투 더 퓨처'2편에서 주인공 마티가 영화 '죠스19'을 홍보하는 3D 전광판을 보고 있다.
영화 '빽 투 더 퓨처'2편에서 주인공 마티가 영화 '죠스19'을 홍보하는 3D 전광판을 보고 있다.

3D 전광판 등 현실화에 근접

영화 ‘빽 투 더 퓨처’2편에서 주인공들이 방문한 2015년 10월 21일은 이 영화가 제작된 1989년엔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미래의 단면이다. 살아 있는 듯한 상어가 이빨을 드러내며 영화 ‘죠스(Jaws) 19’의 개봉을 홍보하는 전광판,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바퀴 없이 허공을 가르는 스케이트 보드, 그리고 알아서 척척 발을 조여주는 신발끈 등이 30년 후 일상으로 그려졌다. 이들 상상 속 기술 중 이미 미국 헨도사와 일본 도요타의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처럼 상용화에 근접하거나 이미 오래 전 실현된 것들도 많다.

영화에서 2015년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된 허공을 나는 스케이트 보드.
영화에서 2015년에 존재하는 것으로 설정된 허공을 나는 스케이트 보드.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했던 2015년의 3D영상 광고판은 이미 각종 3D영상물을 즐기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당장이라도 길거리에서 만날 것 같지만 사실은 이제 겨우 실험실을 벗어나 상용화를 준비 중인 수준이다. 영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최근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이 안경 등 보조기구의 도움 없이 3D영상을 볼 수 있는 대형 전광판 기술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에 착수 중이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사람들의 오른쪽과 왼쪽 눈에 각각 다른 영상을 쏘아주는 레이저 기술이 개발되어 대낮에도 특수 안경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3D영상을 볼 수 있는 광고판이 출시될 전망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영화에서처럼 자연스러운 이착륙과 비행은 힘들지만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시리즈와 같이 활주로를 달려 일정 거리를 경비행기처럼 비행하는 정도의 수준은 이미 달성됐다. 다만 21일 30주년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재개봉되는 ‘빽 투 더 퓨처’시리즈의 후원을 맡은 도요타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대한 연구를 상당 수준 진척됐다는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어, 경제성만 갖춘다면 영화 속 상상은 빠르게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마티(마이클 제이 폭스)가 악당들을 피해 날렵하게 타고 오르는 공중부양 스케이트보드는 자기장이나 액체질소를 냉각시킨 초전도체를 활용해 움직이는 모델로 최근 속속 실험실을 나서고 있다.

주인공 마티가 스마트 안경처럼 보이는 도구를 착용하고 있다.
주인공 마티가 스마트 안경처럼 보이는 도구를 착용하고 있다.

‘빽 투 더 퓨처’가 그린 2015년이 현실과 동떨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등장인물들이 전화통화를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안경은 구글 글래스를 연상케 하지만 영화제작 당시는 스마트폰의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은 시절이어서 이 도구가 현실화되었다고 보긴 힘들다. 각본을 쓴 밥 게일도 한 인터뷰에서 “다용도 나이프처럼 카메라부터 전화기까지 두루 사용되는 스마트폰을 3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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