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실험 하다 사고…두려워서 말 못했다”자백
경기 용인 ‘캣맘’사망사건은 10대 초등학생의 호기심이 부른 비극인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 혐오 범죄와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여성이 위에서 떨어진 시멘트 벽돌에 맞아 숨진 사건을 수사중인 용인서부경찰서는 용의자 A군(10)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피해자들과 같은 아파트(18층) 단지에 거주하는 A군은 경찰 조사에서 “내가 벽돌을 던졌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A군은 사건 당일 놀이터에서 만난 1살 많은 B군 등 2명과 이 아파트 104동 3~4라인 옥상에 올라가 아래 피해자들이 있었던 5~6라인 쪽으로 이동, 나뭇가지 등으로 낙하실험을 하면서 벽돌(무게 1.82kg)까지 떨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벽돌은 입주민들이 건조채반 등을 이용, 먹거리 등을 말릴 때 받침용이나 고정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으로 추정됐다.
A군 등은 이전에도 같은 단지 내 다른 동 옥상에 3차례 정도 올라간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A군은 “벽돌이 떨어지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 던졌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낙하시간은 시계 등 측정장비가 아닌 마음 속으로 셌다고 했다.
낙하실험을 하기 전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진술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벽돌을 던진 옥상 모서리 부근은 철제 난간(높이 1.4~1.5m)이 설치돼 있지 않고 30여cm 높이에 불과한 시멘트로 된 턱만 있어 아래를 보고 물건 등을 쉽게 내던질 수 있는 구조였다. A군은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으나 함께 있었던 B군은 “돌을 던진 뒤 사람이 맞았다고 A군에게 이야기 했다”고 경찰에서 털어놨다.
A군 등은 그러나 인명피해가 발생,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고도 사건 발생 일주일이 넘도록 부모 등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무섭고 두려웠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도 전날(16일) 오후 7시쯤 A군 등의 집을 찾아 조사했을 때 부모 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 등의 부모가 경찰관들이 집에 가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시간 전후로 초등생 3명이 이 아파트 3~4라인 옥상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A군 등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아파트 옥상에서 확보한 족적도 A군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B군과 함께 옥상에 올라간 또 다른 1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한편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촉법소년 등에 준해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A군 등은 현행법상 형사미성년(14세 미만)이어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피해자 부모는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민사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최관석 용인서부서 형사과장은“피해자들을 인지했는지 여부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4시40분쯤 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박모(55ㆍ여)씨가 위에서 갑자기 떨어진 벽돌에 맞아 숨지고 함께 있던 주민 박모(29)씨도 크게 다쳤다. 박씨 등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이른바 ‘캣맘’으로 알려지면서 동물 혐오 범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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