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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 컬러, 나를 위한 작은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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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 컬러,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입력
2015.10.1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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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왕조 최후의 여왕 클레오 파트라(재위 BC 51∼BC 30). 그녀는 여왕이라는 칭호 이전에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절세 미인’으로 더 친숙하다. 그만큼 그녀는 한 나라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동시에 시대를 대표하는 미(美)의 상징이었고, 또 그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노력한 여인으로 우리에게 각인돼 있다.

실제로 클레오 파트라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 아래 맥주 목욕, 당나귀 우유 세안 등 다양한 미용법을 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녀는 피부와 머릿결 관리에 공을 들이는 한편 개미와 심홍색 딱정벌레를 분쇄해 혼합한 물질을 사용해 탐스러운 붉은 입술을 연출했는데, 이것이 바로 '립 메이크업'의 시초로 전해진다. 붉은 입술을 향한 여성들의 염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최초 시판 립스틱 ‘겔랑 느 무블리에 빠’

1950년대 이후 본격적인 시장 형성

붉고 탐스러운 입술을 가지고 싶은 여성들의 염원은 시판용 립스틱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최초의 시판 립스틱은 1880년대 프랑스 화장품기업 겔랑이 출시한 '겔랑 느 무블리에 빠'다.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생산돼 사용했던 립스틱이 드디어 대량생산시대를 맞이한 것이 바로 이 때부터다.

대량생산으로 탄생한 첫 립스틱, 겔랑 느 무블리에 빠는 현대적 의미의 립스틱과 달리 튜브 용기에 담긴 것이 특징이다. 입술을 붉게 물들여 얼굴에 생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리필까지 가능해 1910년대 유럽을 넘어 미국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스틱형 립스틱이 등장한 건 1915년 모리스 레비에 의해서다. 이후 1938년 미국 의회가 식품, 의약, 화장품의 가내 수공업자들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다양한 화장품·패션 브랜드가 메이크업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현대적 의미의 립스틱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립스틱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과거 립스틱이 상류층에서만 접할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있어 립스틱은 여성성의 상징이자, 여자라면 하나쯤은 꼭 지니고 다녀야 하는 파우치 필수품이다. 또 하나도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컬렉션' 충동을 일으키는 품목 중 하나로 손꼽힌다.

립틴트, 립펜슬 등 카테고리 세분화

소비자 편의 제고 위한 연구 지속

현대적 관점에서 립스틱의 매력은 최저비용으로 사치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은사치' 제품이라는 데 있다. 명품 브랜드를 5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는 데다 립 컬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을 꾀할 수 있으니 이보다 효율적인 아이템이 어디 있을까.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보면 "여자가 남자를 계속 바꿀 수는 없기에 립스틱 색상이라도 계속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 미국 여배우 헤더 로클리어의 말도 우리에게 꽤나 멋스럽게 다가온다.

현재까지도 립스틱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00년대 촉촉한 제형을 내세운 립글로스와 오랜 지속력을 강조한 립틴트가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더니 최근에는 립크레용, 립펜슬, 립라커, 립마커, 립스테인 등 발색력, 지속력의 진화에 초점 맞춘 새로운 컨셉의 립 컬러가 잇달아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립 제품에 스킨케어 또는 피부 메이크업 제품의 기능을 접목하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보습성분을 함유해 입술을 오랜 시간 촉촉하게 유지해준다는 컨셉은 이제 기본이다.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차단 등 기능성 인증을 받은 립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으며 피부 화장의 밀착력을 높여주는 프라이머, 베이스의 개념을 차용한 립 프라이머, 립 베이스 제품도 현재 여러 브랜드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립감, 제형, 색상 등 기본에 충실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어 립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기불황에도 연이은 완판 행렬

여성 파우치 필수품 자리매김

업계의 이러한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닿은 것일까. 경기불황이 지속된 최근 몇 년간 여전히 립스틱은 ‘품절’ ‘완판’ 품목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만해도 완판 쾌거를 누리기 위해 수많은 브랜드가 시즌별 립 컬러를 내놨고 입생로랑, 조르지오 아르마니, 맥, 랑콤, 클리오, 에스쁘아 등 여러 브랜드에서 기분 좋은 품절 소식을 전해왔다.

앞으로도 진화된 기능, 강화된 편리함,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제형의 립 제품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것이다. 내년에는 어떤 립 컬러가 등장해 우리를 또 한 번 매혹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 출처 : 조르지오 아르마니, 맥, 랑콤>

뷰티한국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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