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필이면 ‘서울 남매’와 ‘수원 남매’가 만났다.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은 프로축구 최대 빅매치 ‘슈퍼매치(수원 삼성-FC 서울)’만큼이나 뜨거웠다.
프로배구 남자부의 우리카드와 여자부의 GS칼텍스는 이날 장충체육관에서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을 상대로 2015~16 NH농협 V리그 홈경기 개막전을 가졌다. GS칼텍스는 지난 1월 먼저 서울에 둥지를 틀었고, 우리카드는 이날 개막전을 시작으로 장충에 입성했다. 드림식스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른 지 1,310일 만이다.
남녀배구단이 모두 ‘살림’을 차리면서 장충체육관은 더욱 활기를 띈 모습이다. 배구 원로팬들, 가족 단위 관중이나 대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연령층이 경기장을 찾았다. 우리카드의 전신인 우리 캐피탈과 드림식스 시절부터 장충체육관을 찾았던 팬들은 더욱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상하(29ㆍ우리카드)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지승연(26)씨는 “집은 부천인데 그동안 기차를 타고 아산까지 다녀야 했다. 이제는 더 좋아진 장충체육관으로 편하게 응원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막전부터 양쪽 응원단의 장외 경쟁도 치열했다. 우리카드 응원단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선수 응원가와 동작을 전부 바꿨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가 최악의 성적표(3승33패)를 쓰면서 사그라졌던 응원의 불씨를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다. 반면 지난 시즌 홈팀의 성적이 수직 상승하면서 규모가 커진 한국전력 응원단도 질세라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서울 연고팀이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KOVO 관계자는 “올 시즌부터가 본격적인 서울 연고 시대 개막”이라며 “프로배구의 서울 시장 개척을 위해 세심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원정팀이 안방 잔치에 재를 뿌렸다. 한국전력은 우리카드를 3-0(25-21 25-18 25-19)으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주포 전광인(24)이 벤치를 지켰지만 대체 투입된 ‘신예’ 안우재(21)가 12득점에, 공격 성공률 68%를 보이며 선전했다. 안우재는 3세트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끝내기’ 스파이크로 승부를 매조졌다. 체코 국가대표 출신 얀 스토크는 50%의 공격 성공률로 25득점했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도 GS칼텍스가 현대건설에 역전패를 당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현대건설은 GS칼텍스에 먼저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3-2(16-25 17-25 25-23 25-22 15-10) 역전승을 거뒀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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