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결의 82호에서 북한의 남침을 ‘평화의 파괴’로 규정하였고, 이어 6월 27일 결의 83호를 통해 21개국이 유엔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참전했다.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한 안보리의 권능과 유효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그러나 안보리는 냉전뿐 아니라 탈냉전 시대에도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권능에 걸맞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유엔 가입은 안보리 내 동서 진영간 대립으로 1991년에야 실현됐고, 1990년대 르완다, 발칸 반도 등의 참혹한 대량학살을 막지 못했다. 국민의 절반 가량이 피난민으로 전락한 시리아 상황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여년간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개혁 논의를 지속해 왔으나, 주요 쟁점인 상임이사국 증설과 거부권에 현격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일본, 인도, 독일, 브라질 등 G(Group)4 국가들은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민지 시대의 부정의(不正義)를 시정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하기 위해 거부권을 갖는 아프리카 몫의 상임이사국 증설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UfC(Uniting for Consensus) 그룹의 일원으로 안보리의 책임성, 효율성, 대표성 및 민주성 확보를 위해 정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 10개국 정도의 증설을 지지하고 있다. 각 그룹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ㆍ장기 임기의 비상임 이사국 자리를 일부 신설해 일종의 준상임이사국 지위를 부여하는 타협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UfC 그룹의 생각은 분명하다. 한 번 선출로 영구 의석을 확보하는 상임이사국 제도의 폐단을 목격해 왔기에, 상임이사국이 아닌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통해 변화하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반영하자는 것이다. 현 경제규모, 인구 등을 감안해 G4 국가들이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한다고 해도 수십 년 후면 이들의 위상이 변할 수 있다.
반면, UfC 그룹인 한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등 경제 규모 15위권 내외의 중견국들은 향후 G4 국가들과 국제 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우리는 통일이 되면 독일이나 일본과 국력이 대등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래서 특정국의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가 아니라, 민주성 원칙에 따라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안보리 개혁의 또 다른 장애물은 회원국 3분의 2의 지지로 결의안이 통과돼도, 헌장 개정안은 상임이사국 모두의 국내 비준을 거쳐야 발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중 1개국이라도 비준하지 않으면 개혁이 무산된다. 상임이사국들은 지난 70년간 향유해온 특권적 지위의 변경을 원치 않고 있으며, 일부는 제2차 세계대전의 책임이 있는 국가들의 상임이사국 자격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렇게 안보리 개혁이 교착된 가운데 다수 유엔 회원국은 총회 활성화를 통해 안보리 역할을 보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상임이사국인 프랑스는 반인도 범죄ㆍ전쟁범죄ㆍ대량학살 등 중대 범죄 발생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제한을 제안하였고, 지난 9ㆍ30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고위급 회의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70여개국이 이에 동참했다.
안보리 개혁이 단시일 내에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91년 유엔 가입 후 두 번이나 안보리 이사국을 수임한 우리나라는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안보리가 더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개혁될 수 있도록 건설적인 기여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신동익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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