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순정소년 등 日 시장 올인
소규모 공연장서 팬들과 호흡하며 오리콘 차트 상위권까지 올라
"일본팬, 스타 좋아하기 보다 무명가수 성장하는 과정 즐겨
충성도도 높아 한국보다 활동 편해"
일본 내 불고 있는 ‘혐한류’ 위기 속에서 그룹 초신성은 일본 현지 시장만 공략한다. 3년 넘게 국내 활동을 안 한 초신성은 28일 일본에서 새 싱글을 낸다. 한국에선 인지도가 낮은 이들이 진입 장벽 높은 일본 시장에 ‘올인’하는 건 탄탄한 현지 팬층 덕분이다. 2009년 일본에서 데뷔한 초신성은 길거리 공연을 하며 밑바닥부터 현지팬들을 쌓았다. 지난 9월에 일본에서 낸 7집은 오리콘 차트 1위까지 했다. 초신성 소속사 마루기획의 배성우 이사는 15일 “철저한 현지화 전력으로 일본 음악팬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 게 주요했다”고 자평했다. 한 달에 보름 이상 일본에 머문다는 초신성은 현지 일정이 빠듯해 국내 활동 계획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내 한류(韓流)가 ‘한류’(寒流)로 전락하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현지화로 돌파구를 찾는 K팝 가수들이 눈에 띈다. 현지화의 핵심은 소규모 공연장에서부터 팬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늘려 대규모 공연과 방송 등으로 진출하는 것. 일본에서 더 이상 ‘K팝 브랜드’가 통하지 않자 한국에서 인지도를 바탕으로 일본 방송으로 진출하는 대신, 일본의 공연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그룹 순종소년은 지난해 8월부터 일본에 상주하며 공연으로 꾸준히 현지 팬들과 소통한 끝에 지난 7월 앨범 ‘러브 앤 이블’로 오리콘차트 5위에 올랐다. 한국에선 무명인 이들은 8~11월 도쿄 인근 지역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계속했다. 2007년 가수 세븐, 올해 하이포의 일본 진출 작업을 도운 기획사 일레븐나인 안덕근 대표는 “올해 신인그룹의 일본 진출을 준비해보니 한류 혹은 K팝 브랜드로 일본에서 주목 받던 시대는 끝났다는 걸 체감했다”며 “공연을 중심으로 아티스트와 팬들이 교감하는 일본 시장의 법칙을 따르지 않으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일본 최고 인기 걸그룹인 AKB48도 지방에서부터 시작해 (도쿄의 번화가) 아키히바라에서 오랜 공연 활동 끝에 인지도를 쌓아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대신 일본 음악 팬들은 한번 마음을 두면 잘 흔들리지 않아 이런 현지화 전략이 유리한 면이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 제국의아이들 등 일본에 진출한 기획사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활동하는 게 국내보다 훨씬 수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초신성 측은 “일본 팬들은 뜬 가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뜨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수를 키워나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데서 만족감을 얻는 게 한국 팬들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한 번 자리를 잡은 가수들은 활동이 뜸하고 개인신상에 부정적인 이슈가 있어도 끝까지 지지를 받는다. 올 초 결혼한 배용준과 멤버 이탈을 겪은 동방신기가 대표적인 예다. 배용준 소속사인 키이스트의 신효정 이사는 “일본에서 작품 활동이 없고 결혼을 했음에도 일본 팬들이 배용준의 일본 소속사로 아직까지 수천 장의 엽서를 보내줄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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