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으로 기소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말 ‘정윤회씨 국정개입’의혹 등 문건 유출을 “국기 문란”이라고 규정,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법원은 무리한 기소라고 봤다. *관련기사 8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는 15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비서관에 대해 “해당 문건은 사본이어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사본들을 박관천(49) 경정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57) EG 회장 측에 건넨 혐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종이문서 원본과 전자파일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돼 보존되면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라는 입법 목적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며 “원본만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주장처럼 추가로 출력된 문서가 존재하는 경우에 모두 기록물로 관리해야 한다면, 사본이 얼마가 존재하든 전부 보존하고 훼손시 형사처벌 해야 하는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조 전 비서관은 선고 뒤 “사건수사 시작부터 재판 내내 한번도 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지만 회장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 전 비서관의 지시를 이행한 박 경정에게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됐다. 하지만 유출 문건 17건 중 ‘정윤회 문건’(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 동향)을 독자적으로 유출한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인정됐다. 박 경정은 유흥주점 업주에게서 ‘업소 단속 경찰관을 좌천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괴를 받은 혐의(뇌물죄)도 인정돼 징역 7년에 골드바 5개 몰수, 추징금 4,340만원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복사본은 얼마든지 유출되어도 괜찮다는 것이 법원의 논리”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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