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에 건넨 건 사본… 대통령 기록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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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에 건넨 건 사본… 대통령 기록물 아니다"

입력
2015.10.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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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문건 복사물 등 유출

모두 처벌하면 지나친 확장

정윤회 동향 문건 전달도

공직기강비서실의 적법 활동"

사실상 '검찰, 공소권 남용' 판단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국을 들쑤시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까지 수사에 나섰던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이 사실상 법원에서 공소권 남용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국기문란, 일벌백계”라며 중대범죄로 몰았던 사안이었으나, 주요 수사 표적이던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죄인이 아니라 직무 범위 내에서 할 일을 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통령기록물 해당 안 돼”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부장 최창영)는 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동향 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들을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에게 건넨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된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의 무리한 법 적용을 에둘러 비판했다.

재판부는 우선 청와대 문건 복사본까지 대통령기록물로 본다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 형벌권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추가 출력물과 복사본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면, 보고 과정에서 만들어진 추가 출력본이 얼마가 존재하든 모두 보존해야 하고, 일부라도 폐기한다면 모두 형사 처벌해야 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사본 등 기록물 생산ㆍ보고과정에서 생산된 모든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폐기하거나 유출하는 행위를 처벌한다면 이는 지나친 확장ㆍ유추 해석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법무부가 구 공공기록물법상 공공기록물의 사본은 공공기록물에 해당하지 않기에 사본을 무단 유출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한 유권해석도 소개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도 기록물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공공기록물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의 중요정책 등 민감한 사항이 기재된 문건이 함부로 유출되어선 안 되기 때문에 복사본의 유출도 처벌해야 한다는 검찰의 논리도 반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법 17조를 보면 비밀기록물이나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해 공개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며 “관련 법은 보호기간 중인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한 누설행위를 처벌한다고 규정해 공개가 부적절한 대통령기록물의 유출행위는 이를 통해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미국의 대통령기록물법이 ‘사본은 대통령기록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해 둔 것도 참고했다고 언급했다.

‘공무상 비밀’10건… 박 경정 ‘정윤회 문건’누설

재판부는 유출된 청와대 문건 17건 중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등 문건 10건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된다고 여겼다. 이들 문건은 내용의 진위와 무관하게 검증되지 않은 단계에서 공개될 경우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기능이 위협받을 위험이 충분하고, 문건에 언급된 청와대 비서관 등의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윤회 동향 문건도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공직자 비위감찰 등 직무를 수행하므로, 이 문건에 기초해 추가 감찰을 진행할 수 있고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면 감찰자료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무상 비밀 문건 10건 중 9건이 박 회장 측에 전달된 것은 공직기강비서실의 적법한 활동범위로 봤다. 문건 파문 당시에는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사실상 비선보고를 하며 권력 암투를 부추겼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박 회장 측에 사전 확인이나 사후 통보를 전제로 하고 있고, 박 회장에 대한 주의 조치가 필요할 경우 ‘조치건의’ 등을 넣는 방법으로 문건이 전달돼 법령에 의한 직무수행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법원은 정윤회 동향과 관련된 1개의 문건에 대해서는 박관천(49) 경정이 독자 판단으로 유출시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문건의 경우 대통령 친인척 관련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고, 박 회장에게 고지 또는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도 적혀 있지 않아 다른 문건들과 달리 박 경정이 조 전 비서관의 지시 없이 문건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경정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이 문건을 박 회장 쪽에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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