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 2016년형 디젤 신차에도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폭스바겐이 이전 모델인 2009~2015년형 차량의 배기가스 조작을 의심받는 상황에서도 새로 출시되는 차량에 또 한번 조작해 눈속임 하려 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EPA가 폭스바겐이 2016년형 디젤 모델에 장착된 배기가스 조절 소프트웨어인 ‘보조 배기가스 배출조절 장치’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EPA는 이 소프트웨어가 규제당국의 시험주행을 감지하면 평시주행 때보다 배기가스를 더 많이 정화하도록 조작해 환경규제를 피하게 끔 설계돼 있다고 보고 있다.
폭스바겐은 2016년형 신차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는 문제가 된 2009~2015년형 차량의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것이라며 EPA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AP는 폭스바겐의 미국지사가 제타, 파사트, 비틀, 골프 등 2016년형 디젤 신차에 대한 EPA 배기가스 시험 신청을 갑자기 철회했다고 전했다.
폭스바겐 신차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는 오염을 조절하는 촉매를 빠르게 데워 스모그를 일으키는 산화질소를 무해한 질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의 2009~2015년형 디젤차량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도 속도와 엔진가동 시간 등을 분석해 시험주행을 감지하면 배기가스 배출량을 평시주행 때보다 낮췄다. EPA의 이번 조사로 폭스바겐의 2016년형 디젤 신차는 판매가 중단됐다. 미국으로 선적이 완료된 차량은 항구 창고에 보관됐다.
한편 미 공정거래 조사기관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폭스바겐의 연비 조작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FTC는 폭스바겐이 광고에서 ‘클린 디젤’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오염물질 배출과 연비에 관해 허위 광고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FTC는 폭스바겐의 차량 연비 조작과 관련해 미국 법무부, EPA 등과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그 동안 자사 차량들이 연비도 높고 배기가스 배출도 적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조작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차량 배기가스 조작 등으로 인해 미국과 독일 등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280건이 넘는 집단소송에 걸린 상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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