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천문학자이자 노벨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 제프리 마시(61)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천문학과 교수가 지속적인 학내 성추행으로 사직하게 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14일 이 대학의 니콜라스 덕스 총장이 성명을 내고 “마시가 경멸 받을 만한,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질러 그의 사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렸을 피해 여성들에게 유감을 표한다” 밝혔다고 보도했다. 태양계 바깥의 ‘외행성’에 관한 전문가로 유명한 마시 교수는 ‘행성 사냥꾼’이라 불리며 올해 노벨 물리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1999년부터 16년간 UC 버클리 교수로 재직하며 각종 천문학 연구를 주도해왔다.
마시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9일 온라인매체 버즈피드가 “UC 버클리는 마시 교수가 성추행 금지 정책을 위반 했다는 학생들의 신고를 받고 6개월간 조사를 실시한 후에도 그에게 가벼운 경고만 했다”고 보도한 이후 불거졌다. 당시 버즈피드는 미공개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마시 교수가 학생들에게 키스와 신체 접촉, 마사지 등 원치 않는 성적 접근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버즈피드는 마시의 성추행이 천문학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가 학계의 거물이어서 학교 당국과 동료 천문학자들이 이를 쉬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즈피드 보도가 나오기 전날 마시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여성천문학자위원회(CSWA)에 보내는 공개 서한’을 게재한 뒤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서한에서 “학교에 접수된 불만 사항에 대해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몇몇 여성이 나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의도치 않게 여성 학생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을 알고 매우 힘들었다, 그분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SWA 소식지에 이 서한을 실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CSWA는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소식지에 사과문을 실어달라는 마시 교수의 요청을 거부한다”고 밝힌 데 이어 13일 한 피해여성의 글을 익명으로 실었다. 이 여성은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는 것만이 대학 관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유일한 방법이었다”며 “아직 가족에게도 내 처지를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노벨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마시 교수의 지위와 어리고 여성인 데다 일개 학생에 불과한 나의 지위가 너무 달랐다”며 “이 문제에 아무 응답을 하지 않으려 했던 버클리와 성추행 사건을 다루는 모든 이들이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보도가 나온 직후 UC버클리 학생 2,000여명은 피해 여학생들을 지지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CSWA도 자체 조사와 더불어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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