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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지우기 나선 브로 "'극혐'이란 댓글에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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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지우기 나선 브로 "'극혐'이란 댓글에 상처"

입력
2015.10.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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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자’ 등의 노래로 여성 비하 지적을 받은 가수 브로는 “내가 생각했던 게 온전히 전달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GM그라운드뮤직 제공
‘그런 남자’ 등의 노래로 여성 비하 지적을 받은 가수 브로는 “내가 생각했던 게 온전히 전달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GM그라운드뮤직 제공

‘일베 가수’. 데뷔한 지 6개월 남짓 된 브로(박영훈·26)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수식어다. 일베는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를 일컫는다. 지난해 3월 데뷔곡 ‘그런 남자’를 발표한 브로는 일베 회원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커뮤니티 회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베의 주요 화제인 김치녀를 담은 노래로,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한달 넘게 차트를 휩쓸던 소유·정기고의 ‘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후 일베에 감사글까지 남겨 ‘일베 마케팅으로 덕 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 그가 “난 일베 회원이 아니다”라고 뜻밖의 얘기를 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정규 1집 ‘GM The Bro S.Yoon’을 낸 후 한국일보를 찾은 브로는 “난 일베 아이디도 없다. 일베에 올린 글은 내가 올린 게 아니라 회사가 올린 것”이라 주장했다. “일베 마케팅은 회사가 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말 소속사가 자신의 활동명으로 글을 올린 걸 몰랐을까. 브로는 “일베에 글을 올린 걸 나중에 주위에서 얘길 듣고 알았다”며 “동의 없이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일베 마케팅으로) 이슈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며 “활동 전 일베 마케팅을 제안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회사에 ‘일베 마케팅’을 그만하자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브로는 현재 ‘그런 남자’를 낸 회사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런 남자’로 번 수익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6월 서울동부지법에 전 소속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다. 브로의 새 소속사인 GM뮤직 관계자는 “브로가 전 회사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덧붙였다.

브로의 ‘일베 마케팅’을 소속사 탓으로만 돌리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브로가 작사한 ‘그런 남자’의 가사에는 ‘키가 크고 재벌 2세는 아니지만 연봉 6000인 남자. 네가 아무리 우스갯소리를 해도 환하게 웃으며 쿨하게 넘기는 남자.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는, 다분히 일베 코드에 맞는 여성 비하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후 브로는 ‘아몰랑’이란 노래로 또 다시 여성 비하 비판을 받았다. ‘아몰랑’은 여성은 무지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 인터넷 용어다. 이에 대해서도 브로는 ‘아몰랑’이라는 말이 여성을 비하하는 의도로 쓰이는 줄 몰랐고, ‘그런 남자’ 가사를 쓴 배경에 대해서는 “연봉 6,000만원에 키 180cm는 돼야 결혼할 수 있다는 글이 페이스북에 올라오고, 데이트 비용 부담에 대한 남성들의 푸념이 있어 이를 반영해 쓴 것”이라고 변명했다.

브로는 “‘그런 남자’로 일베 프레임이 생겨 그 이후엔 뭘 해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며 “‘극혐’(매우 싫어한다는 뜻)이란 인터넷 댓글을 보고 상처도 받았다”고 한탄했다. ‘N포세대’의 설움을 담은 ‘최저시급’이란 노래에 브로는 “활동명을 형제란 뜻의 영어 브로로 지은 것은 주위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 했던 것”이라며 “생활밀착형 얘기를 가사에 담으려 고민한다”고 했다.

중학교 때까지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브로는 고등학교 때 왼쪽 발목 수술을 한 뒤 운동을 접었다. 그 뒤로 꾼 꿈이 가수다. “동네(부천)가요제에서 상을 받은 19세부터” 라이브 무대 행사를 뛰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수영 강사로 생계를 이어가며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 돈벌이를 위해 패스트푸드와 백화점 의류 판매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일이 없단다. 브로는 “죽자고 덤비면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수를 준비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일베 논란 등 데뷔부터 논란에 휩싸였지만 브로가 바라는 건 “음악만으로 평가 받는 일”이다. “풀어야 될 게 많다”는 그는 “노래 이외에 다른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요즘 관심을 둔 화두는 “이별”이다. 지난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그는 “처절한 사랑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인은 누굴까. 데뷔 후 “조심해야 할 게 많아서” 성격이 바뀌었다는 그는 위축된 모습으로 말을 아꼈다. “정말 많죠, 근데 제가 그 분을 언급하면 그 분한테 피해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어떤 말도 못하겠어요.”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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