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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4분의1 보내는 침대, 자동차보다 비싸도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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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4분의1 보내는 침대, 자동차보다 비싸도 살만하다”

입력
2015.10.1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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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침대브랜드 ‘사보이어’ 대표 방한

가장 저렴한 것도 1,500만원 넘어

“침대는 당신 인생의 4분의 1을 보내는 곳”

스웨덴의 하스텐스, 영국 바이스프링과 함께 세계 3대 침대 브랜드로 불리는 영국 사보이어(Savoir)의 알리스타 휴(Alistair Hughes) 대표의 말이다. 알리스타 휴 대표는 14일 서울 현대백화점 본점 사보이어 팝업매장에서 “침대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생각하면 자동차보다 비싼 침대를 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며 침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보이어는 1889년 영국에 세워진 고급호텔 사보이(Savoy) 에서 파생된 회사다. 당시 사보이호텔은 세계 각국 호텔 가운데 처음 엘리베이터를 갖추는 등 최상급 시설로 이름을 날렸다. 또 1905년부터는 투숙객을 위해 직접 침구와 매트리스를 만들어 객실에 비치하고 투숙객에게만 제품을 판매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이후 호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침대를 만들던 자회사를 1997년 분리·매각하면서 지금의 사보이어 브랜드가 됐다. 해외에서는 ‘왕가의 침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하는 사보이어는 하나의 침대를 한 명의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으로 만들어낸다. 숙면을 위한 천연 재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휴 대표는 “예를 들면 매트리스에 말총을 꼬아 넣으면 탄성과 통기성이 좋아 메모리폼 같은 재료보다 사람의 땀을 잘 증발시켜줘 숙면을 도와준다”며 “다만 기계로 하면 매트리스가 눌려버리는 등 단점이 있어 재료의 장점을 살리려면 손으로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보이 호텔에서 사용하는 모델인 ‘넘버 2’ 제품의 경우 소나무 프레임에 20cm의 독립 스프링과 충전재를 넣어 침대의 밑 부분을 제작한다. 매트리스의 경우 7.5회전 포켓 스프링을 수작업으로 연결하고, 손으로 펴서 쌓은 말총과 면·모 등으로 안을 채운 뒤 다시 손으로 천을 씌워 마무리한다. 매트리스 위에 놓는 토퍼(topper)는 손으로 직접 부풀린 말총을 중심부에 넣고 부드러운 양모로 바깥쪽을 채워 완성한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고정하는 것 조차 모두 손바느질로 한다. 이렇게 침대 하나를 만들려면 숙련된 장인이 최대 120시간 이상을 매달려야 한다. 사보이어가 ‘맞춤형’ 침대를 추구하는 것도 수작업을 고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사람마다 체형은 물론 척추의 각도와 수면습관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저렴한 ‘넘버 4’ 제품도 1.500만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분명히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휴 대표는 “남편 옷을 그대로 입는 아내는 없는데 정작 인생의 25%를 보내는 침대는 손으로 몇 번 눌러보고 사서 남편과 아내가 같이 쓴다”며 “침대 위에서 보내는 시간을 생각하면 자동차보다 비싼 침대를 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보이어는 보증기간이 25년”이라며 “불편한 침대에서 자고 아침에 커피로 피곤을 쫓는 경우가 많은데 스타벅스 커피를 25년간 마실 돈이면 사보이어 침대를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 대량 생산이 어렵다 보니 영국에 있는 2개의 공장에서 각 500개씩 매년 1,000개 정도만 생산한다. 매장도 영국에 4곳, 미국·독일·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 11곳 등 전세계에 15곳뿐이다. 이 가운데 올해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매장은 아시아에서는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 이어 3번째이고, 백화점 입점 매장으로는 영국 해로즈백화점에 이어 2번째다. 한국에 진출한 이유에 대해 휴 대표는 “새 매장을 낼 때는 시장과 장소, 파트너 등 3가지를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이게 다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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