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했던 강덕수(65) 전 STX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14일 "1심에서 유죄로 본 회계분식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다"며 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강 전 회장은 선고공판이 끝나고 40분쯤 뒤 회색 양복 차림으로 법원 건물에서 나와 "이렇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STX 재건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2천841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하고 2조3천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돼 됐다강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었다.
재판부는 "기업범죄가 경제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감안하면 각성을 촉구하는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경영 정상화와 그룹의 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 재산을 출자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STX장학재단을 설립해 사회적 공헌을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배경을 밝혔다.
1심은 강 전 회장의 2조3천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5천841억원 상당을 유죄로 인정했으나, 항소심은 강 전 회장이 회계 담당자들과 공모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STX조선해양은 2007년부터 환율의 장기적인 하락 추세에서 환 헤지를 공격적으로 시작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결과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검찰은 이 환손실을 가리기 위해 회계분식을 했다고 공소를 제기했지만, 피고인은 환손실에 관해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계담당자인 김 전 STX조선해양 CFO는 모든 내용을 피고인에게 가감없이 보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보고에 일부 포함됐을 뿐 구체적인 보고를 한 바가 없음이 드러났다"며 "그렇다면 묵시적인 공모로 그칠 수밖에 없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로 꾸민 허위 재무제표로 은행 대출 9천억원을 받은 혐의(사기)와 1조7천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판매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1심과 달리 모두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강 전 회장의 혐의 중 유죄 금액을 1심이 인정한 횡령·배임액 679억5천만원에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배임) 231억원을 추가해 총 910억5천만원으로 결론지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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