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연임 불가" 복지부 "재검토해라"
복지부, 최광 이사장 사퇴 압박
"국민연금 공사화 전초전" 분석도
오늘 최 이사장-복지부 면담이 분수령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오후 8시쯤 국민연금공단에 “최 이사장의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비(非)연임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복지부는 공문에서 “홍 본부장 비연임 결정은 그 근거와 절차가 미흡하고 부적절한 조치”라며 “국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점은 이사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며 최 이사장의 사퇴까지 암시하며 강하게 압박했다. 이는 지난 12일 최 이사장이 다음달 3일 임기(2년)가 끝나는 홍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를 최종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연임 불가 결정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공단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단은 9월 초부터 복지부와 한 달 이상 본부장 연임 문제를 협의해 왔으며, 법률 자문 결과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며 “비연임 결정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홍 본부장의 투자 실적은 역대 본부장 중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낮았고, 직원들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결정 전 홍 본부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고려했다”고 비연임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연기금 금융부문 수익률(5.25%)이 무난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서는 “홍 본부장 임명 전 투자한 해외 자산에서 수익이 났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연금공단은 15일 복지부 간부와 최 이사장의 면담 후 확실한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복지부와 공단의 이번 대립은 외견상 본부장에 대한 인사권 충돌로 보이지만, 실은 국민연금의 공사화 논란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공사화에 대해 최 이사장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온 반면, 정부와 여당은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찬성하고 있다. 정부가 본부장 연임 문제를 빌미로 최 이사장을 압박해 공사화를 밀어 부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실적 등에 따라 임기가 1년 연장될 수 있지만 1999년 기금본부 출범 후 총 6명의 본부장 중 연임된 경우는 1명뿐이다.
한편 시민단체들도 홍 본부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사무국장은 “‘삼성특혜’논란으로 국민연금의 신뢰를 훼손시킨 홍 본부장이 연임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결여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사결정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손실을 주는 등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본부장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이유로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기금본부는 지난 7월 주요 안건에 대해 외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겨 입장을 정하던 전례를 뒤엎고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배 주주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에 초점을 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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