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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방치 정수장이 공원으로

입력
2015.10.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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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여월정수장에 텃밭·캠핑장

시민에 의해 변신… 英서 수상도

2001년 가동을 중단한 뒤 오랜 기간 방치되다 농업공원으로 재탄생한 옛 경기 부천시 여월정수장 자리에 마련된 텃밭에서 13일 시민들이 김장배추를 돌보고 있다.
2001년 가동을 중단한 뒤 오랜 기간 방치되다 농업공원으로 재탄생한 옛 경기 부천시 여월정수장 자리에 마련된 텃밭에서 13일 시민들이 김장배추를 돌보고 있다.

13일 경기 부천시 옛 여월정수장 정수지(정수한 물을 가둬두는 못) 터에 조성된 텃밭에선 배추와 무, 쪽파 등 김장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텃밭에서 배추 겉잎 묶기 작업을 하던 정용숙(45·여)씨는 “부천시민학습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며 “비료 하나까지 손수 만들어 키운 채소들은 후원행사를 통해 기부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간 부천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다 문을 닫은 뒤 2003년부터 10년 이상 방치돼왔던 5만2,422㎡ 규모의 여월정수장은 2013년 4월 도시텃밭과 캠핑장 등을 갖춘 여월농업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적절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던 여월정수장은 “공원을 조성해달라”는 주민들의 정책 제안을 받아 수많은 정책토론회, 주민협의회를 거쳐 농업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월농업공원에는 침전지, 여과지, 회수조 등 정수장 시절 시설물들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다. 역사성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다. 과거 흉물스럽기만 했던 낡은 정수장 건물들은 논밭, 캠핑장 등과 어울려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침전지 부지에 만든 캠핑장은 작년 한해 6,367명이 찾았고, 농축조 부지에 조성한 생태연못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변전소는 경관작물원으로 재탄생해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14일 부천시에 따르면 여월농업공원의 ‘토요농부학교’ 등 도시농업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 수확축제 등은 70개가 넘는 시민동아리와 단체들이 직접 운영 중이다. 도시농업과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비롯해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 김장김치 등을 나누는 축제에는 그동안 7,500여명이 참여했다.

시민들 손으로 다시 태어난 여월농업공원 사례는 세계 4대 국제환경상 중 하나인 ‘2015 그린애플 어워즈’ 우수환경실천 부문 수상자로 뽑혀 11월 영국 런던에서 상을 받게 됐다.

이외에도 폐소각장에서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삼정동 소각장’과 건물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기후변화체험관’, 애물단지였던 외곽순환고속도로 하부공간에 조성된‘해그늘식물원’ 등도 친환경 시설로 주목 받고 있다. 해그늘식물원은 전국 최초 음지식물원이기도 하다.

부천시 관계자는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친환경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며 “가동 중단된 폐기물 처리시설이었던 삼정동 소각장을 앞으로 전시·문화공간, 레스토랑, 마을기록관 등을 갖춘 시설로 꾸며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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