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두산과 넥센의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선 유독 도루가 적다. 정규시즌 때 두산은 팀 도루 111개(6위), 넥센은 100개(8위)로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1점이 중요한 단기전에서 도루 개수가 터무니 없이 적다.
발 빠른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두산은 정수빈과 허경민, 넥센은 서건창과 고종욱 등이 언제든 베이스를 훔칠 수 있다. 그런데 1차전에서는 단 1개도 나오지 않았고, 2차전에서 허경민이 한 차례 성공했을 뿐이다. 3차전까지 두산은 허경민만이 도루 성공 1개, 실패 1개가 있고, 넥센은 고종욱 김하성 유한준이 1차례씩 시도했으나 모두 아웃됐다.
양팀에 주자 견제에 수월한 왼손 선발이 많은 점도 '도루 실종'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두산 장원준-넥센 피어밴드가 선발로 나선 2차전에 이어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도 양 팀 모두 좌완 선발이 동시 출격했다. 두산은 유희관, 넥센은 밴헤켄이 각각 나섰다. 유희관은 정규시즌 동안 도루를 10개밖에 내주지 않을 정도로 견제에 탁월했던 반면 밴헤켄은 무려 20개를 허용했다.
유희관과 밴헤켄은 이날 날카로운 견제 능력으로 상대의 도루를 철저히 막았다. 먼저 유희관은 1회말 선두 타자 고종욱이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2번 서건창 타석 때 도루 타이밍을 잡고 1루로 견제했다. 견제에 걸린 고종욱은 2루로 뛰었지만 결국 아웃됐다. 고종욱의 주루사 이후 서건창과 윤석민의 연속 안타가 나왔다는 점에서 넥센은 아쉬움이 남았다. 유희관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노경은도 5회말 1루 주자 유한준을 견제로 잡아냈다.
밴헤켄도 이날만큼은 달랐다. 1회초에 2번 허경민의 도루를 저지했고, 3회초 1사 후에는 8번 오재원이 내야 안타를 치고 1루를 밟자 9번 김재호 타석에서 초구를 던지기 전 1루에 재빠른 견제로 오재원을 잡아냈다. 이날 양팀 주자들은 결국 어느 누구도 베이스를 훔치지 못했다.
'도루 실종' 사태는 투수의 견제 능력과 함께 벤치의 치밀한 작전 간파도 궤를 같이 한다. 넥센은 고종욱과 유한준이 잡힐 때 '2루로 뛰라'는 사인을 벤치에서 냈다. 뛸 타이밍을 알아챈 두산 투수들은 적시에 견제를 해 아웃시켰다.
사진=넥센 서건창(왼쪽)-두산 허경민. 목동=임민환기자 <a href="mailto:limm@sporbiz.co.kr">limm@sporbiz.co.kr</a>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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