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우리가 가진 최고의 전력으로 싸워야 할 때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밝힌 단기전에서의 '필승비법'이다. 긴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정규시즌과 달리 '1승, 1패'의 무게가 더 커진 단기전에서는 매 경기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염경엽 감독은 "이제 개개인의 성적이나 이름은 없어지는 시기다. 팀의 승리만 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넥센이 '최고 전력'을 가동할수록 유독 더 부각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넥센이 가진 '최고의 전력' 중심에 있는 투수 조상우(21)다. 올해 프로 데뷔 3년 차인 조상우는 넥센 불펜 야구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70경기에 나와 8승5패 19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하며 팀 내 최다 경기에 나섰다. 시즌 중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부진으로 2군행을 지시 받았을 때는 팀의 뒷문을 책임지기도 했다.
조상우의 존재감은 포스트시즌 들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가을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고 있는 조상우 활용법만 봐도 넥센의 '필승 의지'는 분명하다.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이 조상우를 두고 "어린 투수가 이렇게 많이 던져도 되나. 어리니까 아무 것도 모른다. 감독이 던지라니까 죽어라 던지고 있는데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것이다"며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꺼낸 것부터 이번 시리즈를 압도하는 조상우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지난 7일 열린 SK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조상우는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졌다. 시즌 중 투수들의 투구수와 이닝, 등판 간격 등을 철저히 지키는 넥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개인 시즌 최다 이닝과 투구수였다. 조상우는 올 시즌 7월8일 KIA전에서 2⅔이닝을 소화한 적이 있지만 당시 투구수는 24개였다. 7월18일 삼성전에서는 43개의 공을 던졌지만 1⅓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최다 이닝과 투구수를 다시 쓴 조상우의 역투를 발판 삼아 넥센은 5-4,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조상우가 흔들린다는 건 넥센 마운드 전체가 위기를 맞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조상우를 조기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지만 그는 2이닝 동안 48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했다. 3개의 볼넷과 1개의 몸에 맞는 볼을 내줄 만큼 그의 장점인 제구력이 보이지 않았다. 조상우가 무너진 넥센은 3-4로 졌다.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가 의기소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핵심전력'을 감싸 안았다.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과부하' 논란에 대해서도 염 감독은 "시즌 중 구위보다 더 좋다. 시즌 막바지부터 슬라이더 각이 더 좋아졌다. 포수 박동원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시즌 때보다 지금 구위가 더 좋다고 하더라. 힘들면 그런 공을 던질 수 없다"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조상우 역시 "남는 게 체력이다"며 큰 부담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넥센이 가장 믿는 카드는 조상우다. 그는 13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회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가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사진=넥센 조상우.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