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서건창(26)은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희생번트 성공 후 두산 1루수 오재원과 설전을 벌였다. 트라우마가 '순둥이' 서건창의 신경을 날카롭게 했던 것이다. 시즌 초 두산전 비슷한 상황에서 고영민과 부딪혀 시즌을 통째로 날릴 뻔한 중상을 당했던 악몽이 떠올랐다. 지난 시즌 꿈의 200안타(201개)를 달성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서건창은 부상 복귀 이후에도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서건창이 두산에 쌓여 있던 앙금을 털어버리는 한 방으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서건창은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0-0으로 맞선 3회말 1사 후 두산 유희관을 상대로 선제 결승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2-3 풀카운트에서 7구째 130㎞ 짜리 직구를 통타했고,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목동구장 가운데 펜스를 넘어갔다. 비거리는 120m. 서건창의 개인 역대 포스트시즌 1호 홈런이기도 하다. 서건창의 한 방으로 주도권을 잡은 넥센은 5-2로 승리, 5전3선승제의 시리즈에서 2패 후 첫 승을 거두며 반격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해까지 치러진 역대 24차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는 7차례)에서 1, 2차전을 모두 내주고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딱 두 번 있었다. 기적의 주인공은 모두 두산이었고, 그 중 한 번의 희생양이 바로 2013년 넥센이었다. 넥센은 이날 승리로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전 5연패 사슬도 끊었다. 서건창은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1득점으로 활약했다.
1, 2차전에서 공격의 응집력 부재로 끌려가는 경기 끝에 2연패를 당했던 넥센은 기다렸던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4회말 2사 후에는 김하성이 유희관의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중월 아치를 그렸고, 5회 무사 1ㆍ3루에서는 김민성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점째를 올렸다. 이어 3-0으로 앞선 7회에는 2사 후 박병호의 볼넷을 시작으로 유한준과 김민성의 연속 2루타가 터져 2점을 보태며 완전히 균형을 깼다.
마운드에서는 넥센의 에이스 앤디 밴헤켄의 역투가 빛났다. 지난 7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등판 후 5일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등판한 밴헤켄은 선발 7⅔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2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최고 147㎞의 직구를 앞세워 탈삼진도 10개나 곁들여 1차전 MVP에 선정됐다. 넥센 마무리 조상우는 5-2로 쫓긴 8회 2사 후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1차전 부진을 만회했다. 반면 정규시즌 막판 부진으로 3차전 선발로 밀린 유희관은 홈런 두 방을 얻어맞는 등 4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으로 3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0-5로 뒤진 8회초 로메로와 정수빈의 적시타로 2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두 팀의 4차전은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넥센은 1차전 선발이었던 양훈을, 두산은 이현호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이날 목동구장엔 9,900명이 입장해 포스트시즌 4경기 모두 매진에 실패했다.
사진=임민환 기자
목동=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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