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S는 자신의 SNS에 매일 사진을 올린다. 키우고 있는 목화다. 5월 초순에 싹을 틔워 지금은 가지와 잎이 풍성해졌다. 실물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S와 그것과 관련해 따로 얘기를 나눈 적도 없다. S 역시 특별한 언급 없이 날짜만 첨부한다. 오늘 보니 164일째다. 무슨 식물이든 키우는 족족 탈만 나던 나로선 경이로운 일이다. S가 사진을 올리는 시각은 대체로 일정하다. 이르면 정오 즈음, 늦어도 오후 2시 이전엔 사진이 올라온다. 내 나름 ‘문익점 놀이’라 이름 붙여봤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그 꾸준함은 찬탄할 만하다. 어떤 외부 압력이나 강요 없이 자발적인 흥미와 노력을 기울여 일정한 시간을 특정한 무언가를 위해 쓰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만은 아니다. 자신에 대한 성의일 수도, 대상에 대한 애정일 수도 있는데, 당연하고 사소한 것에 대한 주의 깊음일 뿐. 특별한 각오나 다짐을 요하는 건 아니다. 무심한 듯 열렬한 S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익히 잘 안다고 여겼던 그가 내가 아는 것과 많이 다르거나 더 괜찮은 사람일 거라는 확신이 든다. 뭐 대단한 일 하겠다고 작심하고 덤비는 것 자체가 때론 망집일 수 있다. 그런 과잉과 강요 탓에 나라 꼴이 지금 이 모양이라 여기는 편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은 대개 가장 눈에 안 띄는 곳에 있기 마련이다. S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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