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성용 성인잡지 플레이보이가 내년 3월부터 여성의 누드 사진을 싣지 않기로 했다.
창간 후 62년간 미국 남성들의 성(性) 문화를 지배하고, 은밀한 성을 양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플레이보이의 이런 결정은 휴대폰으로도 손쉽게 포르노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다.
공짜 디지털 포르노의 범람으로 플레이보이를 비롯한 수많은 성인 잡지들의 기반이 급격히 무너졌다. 1975년 560만명에 달하던 플레이보이 구독자가 현재 80만명으로 줄었고 미국에서 잡지에서만 연간 300만달러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플레이보이의 경쟁자였던 펜트하우스는 이에 맞서 더 선정적인 지면으로 대응했으나, 감소된 매출은 회복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더 이상 플레이보이의 누드 사진에 호의적이지 않다. 현재 플레이보이의 수입 대부분은 잡지가 아닌 브랜드와 로고 등 라이선스로부터 발생하는데, 전세계 수익 중 40%가 잡지가 정식 출판되지 않는 중국에서 비롯된다. 플레이보이의 라이선스를 사용한 목욕제품, 향수, 의류, 주류, 보석 등의 고객들이 잡지의 누드 사진에 불만을 제기하고 수익 감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개편되는 플레이보이는 사진의 선정성 수위를 낮추고 보다 현대적인 스타일로 변모할 예정이다. 코리 존스 플레이보이 수석 에디터는 사진의 선정성이 소셜 사진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의 야한 사진 섹션 수준인 ‘PG-13’(13~16세 관람가)수준으로 설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플레이보이의 웹사이트 역시 현대적으로 깔끔하게 변화할 예정이다. 변화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플레이보이 경영진은 실제로 지난해 8월 플레이보이의 웹사이트에서 누드사진이 사라지자 47세였던 방문자의 평균 연령이 30세 수준으로 떨어지고 웹사이트의 트래픽이 한 달 400만 건에서 1,600만 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존스 수석 에디터는 여기에 여성 섹스 칼럼니스트에게 칼럼란을 맡기고 기존 플레이보이의 전통적인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한 조사 저널리즘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존스 수석 에디터는 플레이보이의 누드사진 퇴출 결정에 대해 “12세 때 나는 현재의 나에게 매우 실망했겠지만, 결국 이는 옳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