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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화랑곡나방 컵라면 소비자와 보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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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화랑곡나방 컵라면 소비자와 보상 갈등

입력
2015.10.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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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팔도의 컵라면 왕뚜껑에서 화랑곡나방으로 추정되는 벌레가 발견됐다. 공개된 사진에는 죽은 나방들과 애벌레들이 뒹굴고 검은 알집이 널려있었다. 심지어 해당 소비자는 살아있는 나방이 기어올라오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팔도는 "나방의 주기는 40~60일 정도라 이 제품에서 나온 나방은 유통 과정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식약처에서 정밀 조사 중이다.

■ 저장식품계의 페스트, 화랑곡나방

화랑곡나방은 적갈색의 날벌레로 성충은 약 15mm정도로 자란다. 주로 곡물에서 서식하며 쌀벌레로도 알려져있다. 유충은 약 10mm정도의 몸 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몸은 백색, 머리는 갈색이다. 건조한 곡물이나 식품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생존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진 해충이다.

대부분의 식품 제조사들은 이미 화랑곡나방 혼입 사건에 익숙하다. 올해 외부로 공개된 것만 해도 여러 건이다. 크라운제과는 올 1월에 미니쉘, 9월에 땅콩 카라멜에서, 삼양식품은 8월에 컵라면에서, 롯데제과는 1월에 빼빼로에서 화랑곡나방이 발견됐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선 실제 화랑곡나방 발생 건수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랑곡나방 혼입은 대부분 유통과정에서 발생한다. 화랑곡나방 유충이 강한 턱과 이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랑곡나방은 종이, 비닐 뿐 아니라 알루미늄호일까지 뚫고 들어가 웬만한 포장은 무용지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의 관계자는 "화랑곡나방에 대한 피해 신고를 조사해보면 대부분 제조과정이 아닌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

화랑곡나방의 혼입은 대부분 유통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 구제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이물질이 들어있는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 1:1 교환만 규정하고 있다. 만약 해당 식품 섭취로 문제가 생기면 추가 보상이 가능하지만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 방안이 없다.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소요된 시간과 비용, 의도치 않게 이물질을 먹게 된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제조사들은 규정에 따라 보상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팔도, 롯데제과 등은 화랑곡나방을 발견한 사례에 대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소정의 성의를 보이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내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보상은 규정에 따라 1:1 교환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우리는 규정에 따라서만 보상을 진행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억울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화랑곡나방이 들어있는 라면을 구입한 소비자는 "제조사 팔도는 사과하기는커녕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팔도는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하려 했지만 소비자가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제조사의 잘못이 아닌데도 제조사에 모든 책임을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유통업체에 책임 묻기도 어려워

식품 제조업체들은 화랑곡나방 방지책으로 유통과정의 철저함을 주문하고 있다.

외국처럼 유통과정에서 정부 주도로 식품과 곡류를 철저히 나눠 관리하면 화랑곡나방 방지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화랑곡나방은 곡류에서 서식하는 벌레로 일반식품과 분리해 유통시키면 식품혼입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한국에선 화랑곡나방이 주로 발견되는 골목 가게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엄격히 유통과정을 통제할 경우 영세상인들은 상당한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영세업체들에 보상책임을 부과하면 그들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공정위도 문제 해결에 난색을 표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이물질이 들어있는 식품을 구입해 입는 피해를 수치화해 보상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합의나 권고일 뿐이다. 추가 피해가 있다면 소비자가 제조사에 민사소송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화랑곡나방을 막을 수 있는 포장지는 어떤 나라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조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고 대부분이 영세상인인 유통업체에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소비자가 책임을 떠안는 현상은 분명한 문제다.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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