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면서 아침이면 제법 공기가 차갑다. 일교차가 커지면 강이나 습지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데 서울 인근에서는 팔당대교와 경기 광주 경안천 습지생태공원의 물안개가 장관이다. 농담(濃淡)있는 물안개가 밀려오는 이곳은 한여름 만발했던 연꽃은 지고, 갈대와 억새가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처럼 펼쳐져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새벽에는 산자락을 휘감고 도는 물안개가 마치 무릉도원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관광객들의 넋을 빼놓는다. 경기 용인에서 발원한 경안천은 한때 난 개발과 도시 확대로 인해 수질오염이 심각했지만 습지생태공원이 생긴 뒤로 깨끗해진 물을 팔당호 상류로 흘려 보내면서 서울의 식수원이 해결됐다. 인근 수변공원은 동식물의 안락한 서식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른 아침 둑방길을 걷다 보면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르는 물새들의 날갯짓에 살아 숨쉬는 습지의 생명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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