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2차전
두산 불펜 단 1점만 내주고 방어
이현승 이틀 연속 무실점 마무리
강타선 넥센 물방망이로 전락
정규시즌과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두산과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깬 의외의 시리즈로 흘렀다. 불안했던 두산 불펜은 철벽으로 진화한 반면 막강했던 넥센 타선은 물방망이로 전락해 두 팀의 희비는 엇갈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불펜이 내준 점수는 단 1점에 불과하다. 1차전에서 8회 함덕주가 내보낸 주자를 스와잭이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실점한 것을 제외하고는 삼성에 버금가는 계투진의 활약이다. 1차전에서는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7회까지 버틴 가운데 함덕주-스와잭-이현승이 든든하게 이어 던져 연장 10회말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2차전에서도 장원준의 6이닝 2실점 호투에 이어 노경은-함덕주-이현승이 무실점으로 뒷문을 틀어 막았다. 특히 이틀 연속 마지막에 등판한 이현승은 안정적인 제구로 김태형 두산 감독의 신뢰에 화답했다. 여기에서 비롯된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함덕주와 노경은 등 이현승 앞에 나가는 투수들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던질 수 있었던 계기다. 정규시즌에서 두산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5.49로 전체 9위였던 반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00의 짠물 불펜으로 환골탈태했다.
넥센은 믿었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침묵한 게 패인이었다. 1, 2차전에서 5점을 내는 데 그친 넥센의 중심타선(이택근 박병호 유한준)은 20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죽을 쒔다. 그나마 박병호는 1차전 솔로홈런을 포함해 2경기에서 5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을 기록했다. 3번 이택근은 8타수 1안타, 5번 유한준은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넥센은 올 시즌 팀 타율 2할9푼8리로 2위에 오른 공격의 팀이다. 팀 홈런은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200개를 넘겼다. 특히 중심타선의 정규시즌 타율은 3할3푼으로 이 부문 전체 1위다. 1, 2차전을 모두 내줘 수세에 몰린 염경엽 넥센 감독은 “우리는 타격의 팀이다. 목동에서 타선이 살아나길 기대한다”고 말할 정도다.
두산의 강력해진 불펜과 넥센 타선의 침묵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지적된다. 1차전에서 6회까지 1-2로 끌려가던 두산은 7회말 동점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여기서부터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발동해 제구력과 구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2차전까지 이어졌다. 반면 넥센의 중심 타선은 2차전 8회초 1사 2ㆍ3루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등 응집력의 부재가 반복되면서 더욱 위축된 모양새다.
넥센의 불펜도 강하지 않고, 두산도 마운드보다는 타력의 팀이지만 약점을 극복한 두산과 장점을 살리지 못한 넥센의 차이였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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