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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정행 체육회장의 ‘마지막 임무’

입력
2015.10.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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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의 맏형, 대한체육회가 사면초가와 내홍에 휩싸여 있다.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생체)와 내년 3월 통합을 앞두고 난파 직전이다. 1920년 도쿄 유학생들이 중심이 돼, 구국의 방편으로 탄생된 조선체육회의 명맥을 이어받은 대한체육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 까. 가장 큰 책임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의 리더십 실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회장이 누구던가. 칠십 평생 산전수전 다 겪은 한국 유도의 산증인이다. 그는 1967년 도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경기인 출신이다.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최다 메달(금11ㆍ은14ㆍ동15) 종목 유도의 황금기를 이끈 김회장은 2013년 2월, 제38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돼 체육회를 이끌고 있다.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벌써 임기 4년의 절반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김회장이 이끈 체육회는 그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승부 조작 및 편파 판정, 폭력ㆍ성폭력,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 등 ‘스포츠 4대악’ 척결에 적극 나서지도 못했고, 국생체와 통합에 찬성하고 나서도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했다. 통합을 둘러싼 주도권을 잡지 못했음은 물론, 오히려 체육회 내부의 파열음만 흘러나왔다. 실제 통합과 관련해선 이기흥 부회장의 목소리가 더 컸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2016년 3월까지 국생체와 통합해야 한다. 하지만 체육회는 여전히 2017년 2월로 통합을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겉으론 2016년 8월 리우 올림픽을 ‘잡음’ 없이 치러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편으론 김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절묘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심이 개입돼 있다는 오해를 살 수 밖에 없다. 대한체육회는 특히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양단체가 통합되고, 수장이 바뀌면 선수들의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상상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은 또 있다. 김회장이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의혹이다. 체육단체 통합에 따른 의원들의 질의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지 김 회장은 ‘심장판막 수술로 절대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서를 근거로 국감에 불출석했다. 하지만 그는 이 보다 닷새 앞서 열린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식에는 참석해 뒷말을 낳고 있다.

김 회장이 이처럼 체육단체 통합에 미온적인 것은 자신의 손으로 대한체육회 간판을 내릴 수 없다는 심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 체육인들은 학교 스포츠와 엘리트 체육을 담당해온 대한체육회와 동호인 중심의 생활스포츠를 책임진 국생체의 통합은 자연스런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미래 한국스포츠의 시스템은 지역클럽 제도를 도입해 풀뿌리 체육으로 나아가야 선수출신 지도자들이 은퇴 후 생활고를 못 견디고 자살하는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클럽 체육활동을 통한 우수 선수 발굴→엘리트 육성→국제대회 출전→클럽 지도자 배출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처럼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딴 살림’을 하게 되면 이중의 예산 낭비를 피할 수 없다.

다행히 김 회장은 그동안 불참해온 체육단체 통합 준비위원회 참가의 뜻을 밝혔다. 통합준비위원회도 양 단체 통합은 법정기한인 내년 3월27일 이내에 완료하기로 했지만, 통합체육회장 선거는 리우 올림픽이 끝난 이후인 내년 10월31일 전까지 시행하기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통합준비위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여전히 팽팽하다. 문체부는 체육회 3명, 국생체 3명, 문체부장관 추천 3명, 국회 추천 2명 ‘3-3-3-2’통준위를 구성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이기흥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체육회측 통합추진위원회는 체육회 7+α명, 국생체 7명, 의결권 없는 1명 ‘7+α-7-1’안으로 맞서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통준위 구성에 솔로몬의 해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지막 임무’를 부여 받은 김 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형철 스포츠부장 hc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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