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300조 가까이 되고 연간 소송건수는 630만 건으로 일본의 6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원효의 화쟁사상을 대중화해 한국사회에 일상화한 뿌리깊은 갈등과 대립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13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출범 5주년을 맞은 화쟁위가 추진하는 사업들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화쟁위는 불교 내 다양한 종파의 견해를 하나로 융합한 원효의 화쟁사상을 계승해 사회의 첨예한 대립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고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동안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강정마을 문제, 철도 노사 문제 등 사회 갈등을 중재해왔다. 그간의 현장 활동을 바탕으로 화쟁사상을 대중화하기 위한 안내서 ‘화쟁, 인류의 미래를 여는 아름다운 몸짓’도 최근 냈다.
도법 스님은 “타인을 어떻게 보는가가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인 것 같다”며 “상대를 함께 살아가야 할 가족으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우리 사회에 갈등과 대립을 조정할 중재자가 없어 갈등이 극단적 승부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며 종교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옛말이 있듯 갈등에는 중재자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는 그런 중재자가 없습니다. 이를 제도화한 것이 정부와 국회인데 정작 정부와 국회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죠. 시민사회 역시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진보 혹은 좌파라는 이름으로 한쪽 편, 즉 싸움 당사자로 규정돼 버렸습니다. 권위와 힘이 있는 제도권 종교계가 시민사회의 도움을 받아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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