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가 넘으면 방에서 나오지 말거라.”
호기심 가득한 10대 남매에게 이런 당부는 모험을 부추기는 주문이나 마찬가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대범하게 펜실베니아주 시골 농장을 찾아 온 남매에게 고작 방 문을 열지 말라니.
15일 개봉할 영화 ‘더 비지트’는 소녀 베카(올리비아 데종)와 남동생 타일러(에드 옥슨볼드)의 이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호기심은 아이들의 카메라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진다. 베카는 오래 전 친정 부모의 집을 떠난 엄마를 위해 추억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시종일관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베카는 집을 나서기 전부터 엄마를 인터뷰하고, 기차로 이동하면서도 카메라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 외조부모가 마중 나온 장면, 할머니가 맛있는 쿠키를 만들어주거나 할아버지가 잠자리를 봐주는 장면 등을 빼놓지 않고 영상에 담는다. 타일러도 그런 누나를 따라서 자신의 동영상 카메라 버튼을 눌러 누나와 외조부모를 촬영한다.
그런데 외조부모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 할아버지는 낮만 되면 하얀 봉지를 들고 헛간에 가고, 할머니는 노상 헝클어진 머리로 부엌과 마당을 오간다. 더 이상한 건 밤만 되면 누군가 쿵쿵 뛰거나 슥슥 기어 다니는 소리, 벽을 손으로 긁는 소리가 들린다.
“할아버지가 문을 열지 말랬는데 열고 싶어.” “그럼 말만 하지 말고 열어보든지.”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연 남매. 잠겨 있는 문고리와 방 문의 손잡이, 할머니의 기괴한 행동, 깜짝 놀라 방 문을 닫는 순간까지 베카의 카메라 안에 비친 모습은 비뚤배뚤하기만 하다. 관객들은 남매가 촬영하는 1인칭 다큐멘터리 화면 안에서 조여오는 공포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1인칭 화면 속에서 극도의 공포를 보여준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나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등이 떠오르는 것은 이들 영화를 만든 블룸하우스가 제작해서다. 영화 막판까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은 ‘식스센스’(1999)의 ‘반전의 아이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이어서가 아닐까.
결론적으로 영화는 마지막 반전이 있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의 역대급 반전은 아니지만 가슴 철렁한 반전이 숨어 있다. 하지만 ‘식스센스’ 이후 ‘언브레이커블’(2000) ‘싸인’(2002) ‘빌리지’(2004) 등 샤말란 감독의 반전 코드를 봐왔던 관객들이라면 시시할 수도 있겠다. 다만 ‘라스트 에어벤더’(2010) ‘애스터 어스’(2013) 등 SF영화로 외도를 했던 감독이 7년 만에 초심으로 돌아왔다는 게 반가울 따름이다.
눈치 빠른 한국 관객들에게 여전히 샤말란식 반전 코드가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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