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키출신 학자의 노벨상 수상 소식도 한마음으로 축하하지 못할 만큼 터키 국민들간의 반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에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터키계 미국인 아지즈 산자르(69)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터키 언론에 전해지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산자르는 쿠르드족 정치인의 먼 친척”“쿠르드족 거주지인 터키 남동부 태생” 등의 글이 올라오며 산자르의 터키인 여부에 대한 진실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터키인과 터키 내 쿠르드족 간의 반목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급기야 산자르가 “쿠르드족 언어를 할 줄도 모른다. 나는 터키인”이라며 영국 BBC방송에 직접 해명에 나서야 했을 정도다. 터키 소설가인 엘리프 샤팍은 “친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의 골은 더 이상 건널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며 “그건 국가적 경사나 슬픔 앞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국가적 비극과 경사도 종교와 인종, 빈부 갈등이라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터키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이후 애도 분위기 속에서도 터키 정치권의 대립은 격화하고 있다. 쿠르드계인 인민민주당(HDP)은 테러를 막지 못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고,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국영방송을 통해 국가적 단결을 촉구하면서도 테러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는 반정부 세력을 맹비난했다. 터키학회의 지야 메랄은 “이번 사건은 터키 역사상 최악의 폭탄테러로 기록된다”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슬픔에서조차 국민들이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더욱 슬프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테러 참사를 계기로 반정부 단체들이 잇단 거리 집회를 벌이고 있으며, 터키 정부는 현재 쿠르드족 반군 근거지인 남동부 산악 지대에 대한 폭격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NYT는 터키 내 뿌리깊은 갈등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12년 장기집권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면서 여성차별과 언론억압 등을 추구하며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됐고, 여기에 쿠르드족을 압박하면서 쿠르드 반군의 테러를 초래하는 등 사회불안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다음달 1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터키 내 내재된 갈등은 더욱 폭발적으로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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