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대하던 중국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자료를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자, 일본 정부가 자국의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삭감하겠다는 치졸한 ‘보복 방안’을 발표해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관계기관이 신청한 문서가 진짜인지 전문가의 검증을 받지 않았다”며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이나 갹출금에 대해 지급정지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난징에서 비 전투원(일반인) 살해나 약탈 행위가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정부로서는 구체적인 (희생자의) 수에 대해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10일 난징 대학살 자료의 등재 결정 후 일본 정부 당국자가 공식적으로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 정지나 삭감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스가 장관은 “중국과 일본의 의견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등록된 것은 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할 국제기관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올 5월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端島) 탄광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강행했던 당시와 논리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은 하시마 탄광에 한국인과 중국인 수백명을 강제 동원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유네스코 분담금 규모는 작년 기준 약 37억엔(약 352억원)으로 전체의 10.8%에 해당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여기에 각종 트러스트 펀드를 통해 세계 문화유산 보호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난징대학살 자료는 일본 군대가 중일전쟁의 와중인 1937년 12월 난징을 점령한 이후 6주간 난징 시민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과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을 아우른다. 신청자료엔 30만명 이상이 희생됐다는 난징군사법정의 자료도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은 피해국과 공조해 위안부 관련기록의 세계유산등재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중일간 역사갈등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중국이 한국과 공조해 유네스코 무대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이날 제2차 중일 고위급 정치대화 참석차 도쿄를 방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과 회동했다. 양 국무위원은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 유네스코 대립은 물론 중일 정상회담 등 양국현안을 조율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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