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호주에서 남한 국토보다 더 큰 땅을 사 들이려 하자 호주 국방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13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광저우(廣州)의 식물성 유지 기업인 둥링(東凌)은 세계 최대 소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호주의 S.키드먼앤컴퍼니가 최근 10만㎢의 토지와 20만마리의 소를 경매에 내 놓자 입찰서를 냈다. 둥링뿐 아니라 상하이(上海)의 부동산 회사인 펑신(鵬欣) 등 이 땅을 사겠다며 도전장을 낸 중국 기업은 총 5곳이나 된다. 업계에선 매각가가 3억2,500만 호주달러(약 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호주 목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최근 중국에서 쇠고기 소비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높아진 중국 중산층은 돼지고기 대신 쇠고기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소 목장과 농장이 유망 투자 분야로 떠 올랐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저장(浙江)성 톈마(天馬)그룹의 마싱파(馬興法) 회장이 호주 북부의 소 목장 2곳을 4,700만 호주달러(약 400억원)에 매입했다. 그가 사 들인 땅의 면적은 7,000㎢, 소는 4만마리나 됐다. 중국 국부펀드인 베이징농업투자펀드도 최근 중국 기업들과 함께 호주 농업에 투자하기 위한 총 30억 호주달러(약 2조5,000억원)의 펀드를 꾸렸다.
그러나 남한 면적보다 더 큰 호주 땅이 실제로 중국인의 손에 넘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호주 국방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호주 국방부는 S.키드먼앤컴퍼니 소유의 땅 중엔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 기지도 포함돼 있다며 인수자가 누가되든 반드시 이에 대한 안전 평가와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호주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국방위성감시기지가 이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변수다. 더구나 중국인의 호주 부동산 매입이 급증하며 호주 국민의 반발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호주 정부는 외국인 투자 승인 심사 기준액을 7월부터 2억5,200만 호주달러에서 1,500만 호주달러로 크게 낮춘 상태다.
S.키드먼앤컴퍼니는 “이달말까지 최종 입찰서가 접수되면 내달초 이사회에서 인수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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